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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생 해외실습중 사망···40도 고열 13시간뒤 병원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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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원양 항해 실습 출항식 모습. [중앙포토]

한국해양대 원양 항해 실습 출항식 모습. [중앙포토]

부산 한국해양대 재학생이 해외 승선 실습 5일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선사의 부실 대응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망으로 몰고 간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해경 “부검 결과 토대로 과실 여부 입증” #유족 측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실 대응이 원인” #

15일 한국해양대와 부산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양대 해양경찰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정모(21)씨가 선상에서 실습 도중 열사병 증세를 보이다가 지난 10일 오전 2시 6분쯤(현지 시각) 목숨을 잃었다.
팬오션 사 실습생으로 선발된 정씨는 지난 5일 인천항에서 인도양으로 향하는 선샤인 호에 올랐다. 해양대 학생은 전공에 따라 졸업 전 1년 동안 학교와 외부 선사의 실습선에서 각각 6개월간 근무해야 한다.

정씨는 출항 4일째인 지난 9일 오전 9시 30분쯤 말레이시아반도 남부 말라카해협을 지나던 중 고열과 구토 등 열사병 의심 증세를 보였다. 팬오션 측은 4시간여가 지난 오후 1시 48분에 정씨 어머니에게 “아들이 아파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연락했다.

하지만 4시간여 지난 오후 6시쯤 선샤인호 선장은 정씨 아버지에게 “정씨 체온이 40도까지 왔다 갔다 하지만 혈압과 맥박이 정상 수치라 괜찮을 것”이라며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 이후 정씨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13시간이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 보트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겼다. 정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병원에 도착했고, 30분 뒤에 숨을 거뒀다.

정씨의 시신은 14일 오후 7시쯤 고향인 부산에 도착했다. 유족 측은 “응급 처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헬기를 부르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배에서 벌어진 일을 정확히 밝히고, 사망 원인과 이에 따른 책임 여부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해경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오는 17일 정씨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부검에는 부산지검 외사부 수석 검사가 참여한다. 부산 해경 관계자는 “검찰이 부검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키 190cm의 20대 건장한 청년이 실습 도중 사망한 데다가 유족 측에서 선사 측 과실을 주장하고 있어 수사가 엄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부검과 동시에 실습 선사 관계자를 소환해 사고 원인을 수사할 방침이다. 부산 해경은 선사 측 관계자의 과실 여부가 입증되면 2월 말 입건할 방침이다.

사고가 발생한 팬오션 사의 중량물 운반선인 ‘선샤인 호’(1만7850t)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은 현재 인도양 부근을 항해 중이다. 부산 해경 관계자는 “선사 측에서 다른 선장을 보내기로 합의한 상태라 선장 소환조사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가 파악돼야 선사 측의 과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대는 장례를 치른 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송 본부장은 “해경 수사 결과가 나오면 선사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할 것”이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외부 선사 실습 관리 매뉴얼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8월 목포해양대 학생이 실습을 나갔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고 발생해 당시 선장이던 A씨(62)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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