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주 돌봐야” 이천 격리시설 입소한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손녀딸들을 돌봐야 해요.”

우한서 귀국한 중국인 며느리 #“힘들다” 전화에 부산서 달려와

지난 12일 오후 10시. 경기도 이천 국방어학원 입구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짐 가방을 들고 내린 사람은 66세의 할머니.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들이 격리된 이곳에 “입소하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부산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며느리(33)의 전화를 받은 직후였다. 이 할머니는 곧장 국방어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들이 어려 며느리 혼자 둘을 돌보기가 어려우니 내가 들어가서 돕겠다”고 입소 의사를 밝혔다.

중국 국적의 아이 엄마는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자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 행을 택했다. 한국인 남편은 생계 문제로 현지에 남겠다고 했다. 큰 아이는 3세, 둘째는 7개월 젖먹이다.

행안부는 1인 1실이 임시시설 생활 원칙이지만 이 가족의 상황을 고려해 두 아이와 엄마, 할머니가 한 방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우한에 남아있는 아들 걱정에 할머니가 애를 태운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자진 입소하면서 국방어학원에서 격리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총 148명이 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7명도 포함됐다.

이번 3차 입국 교민 중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세 미만은 34명으로, 이 중 6세 이하가 23명이다. 행안부는 12세 미만 아동의 경우 부모와 함께 2인 1실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유식이 필요한 영·유아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유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한 교민들의 생활 지원을 위해 이번에 40명의 정부합동지원단을 꾸렸다. 이 중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구급대원 2명도 포함됐다. 특히 이번 입소자 가운데 임신 12주 된 교민이 있어 산부인과 진료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앞서 진천에 입소한 교민 가운데 임신부가 있어 원격으로 화상 진료를 한 바 있다”며 “필요하면 격리 기간에 화상 진료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예·정종훈 기자 hy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