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왜 하필 ‘금태섭 제명 요청’ 날인가, 정봉주 “원통” 회견 뒷말

중앙일보

입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으로 인해 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00211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으로 인해 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00211

“지역 당원들이 그런 일을 준비한다는 걸 소문으로 들었다”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던 정봉주(60) 전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의 기자회견 개최 5시간 전 배포된 ‘금태섭 의원의 제명 요청’ 보도자료 배포를 사전에 알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서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러 국회에 왔다. 그는 “원통하고 서러워서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라며 “저는 이렇게 잘려나간다. 저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날 오전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는 ‘더불어민주당 강서갑 권리당원 502명’이 발신인으로 된 A4 한 장짜리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다. 당론과 거부되는 행위를 한 금 의원의 제명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서갑이 지역구인 금 의원은 이 지역에서 재선을 준비 중이다. 해당 자료에는 “민주당 사무총장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청원 요청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1일 오전 9시 30분쯤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전달된 자료 내용.

11일 오전 9시 30분쯤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전달된 자료 내용.

정치권에선 “정봉주가 금태섭 낙선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초 전날(10일)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던 정 전 의원이 일정을 하루 미뤘는데 그 사이 ‘금태섭 제명’을 주장하는 자료가 나와서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를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제명 요청은)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부인했다. 다만 “강서갑은 민주당 당세가 아주 센 지역이다. 당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한다는 건 (당과 현역 의원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을 잡겠다”며 ‘K의원’을 언급했다. 부적격 판정 후인 이날도 정 전 의원은 “나처럼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이 전면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열혈 지지자들과 어떻게 손잡고 갈 수 있을지 (지도부가)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갑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적격 결정을) 수용하는 길도, 불복하는 길도, 또 다른 제3의 길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기 경쟁 과열…진흙탕 양상으로

이날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의원의 적격·부적격 논란이 강서갑 지역 선거 과열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한 예비후보는 “강서갑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민주당 인사 A씨가 최근 정 전 의원과 함께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지역에서 세력이 있는 분”이라고 전했다. A씨는 통화에서 금 의원 제명 촉구 자료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정봉주 의원은 스타 중 스타 아니었냐”고 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아직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면접이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에서는 여기저기서 예비후보 간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 광명을 예비후보인 강신성 전 지역위원장은 10일 당 공관위에 같은 지역 양기대 예비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양 후보의 미투(me too) 사건과 이를 무마하기 위한 기부행위 및 제3자 기부행위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갑)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관련 허위사실 작성·유포자를 처벌해달라”며 서울북부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지역 당원 카톡방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날랐다”는 게 그가 밝힌 고발 이유다.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확정한 서울 광진을에서는 김상진 예비후보가 당 지도부 방침에 반발해 ‘1000인 서명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