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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부담금 10억?…강남 또 폭탄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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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재건축부담금이 급증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 [연합뉴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재건축부담금이 급증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 흙막이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20층 건물을 올리기 위한 타워크레인이 들어서 있다. 옛 반포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반포센트레빌(내년 7월 준공 예정)이다. ‘재건축부담금 1호’인 이곳은 2018년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처음으로 적용된다.

공시가격 현실화 연쇄 후폭풍 #초과이익환수 1호 반포센트레빌 #현실화율 따라 부담금 2~3배 뛰어 #반포 주공 1단지는 10억 넘을 수도 #재건축시장 혼란, 사업 지연 우려

이 단지의 조합원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내년 아파트 준공 이후 재건축부담금이 대폭 늘어날 수 있어서다. 조합원들은 2018년 5월 서초구가 통보한 예정액(1억35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부담금을 더 내야할 수 있다. 주민 김모씨는 “예정액 통지 이후 집값도 올랐지만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까지 겹쳐 (부담금이) 얼마가 나올지 무섭다”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을 계산할 때는 우선 재건축 준공 후 평가한 집값(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집값(개시시점 주택가액)을 뺀다. 여기서 개발에 들어간 비용과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분을 추가로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본다. 주택가액은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계산식에 따르면 사업을 마친 뒤 주택 공시가격이 비싸질수록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재건축부담금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비율)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최대 80%(집값 30억원 이상)까지 올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최종 현실화율 목표치와 도달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담겠다고 밝혔다. 내년 이후에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80%를 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포센트레빌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80%면 재건축부담금은 1억8000만원으로 추산되지만 현실화율이 90%면 2억7000만원, 100%면 3억7000원이 된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고 공시가격도 따라서 오른다면 재건축부담금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백준 J&K도시정비 사장은 “조합원의 재건축 초과이익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부담금의 인상 비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합원당 초과이익이 2억원에서 4억원(증가율 100%)이 된다면 재건축부담금은 65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인상률 154%)으로 늘어난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실제 조합원들의 시세 차익은 변화가 없더라도 공시가격을 매기는 기준(현실화율 목표치)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초 정부는 시뮬레이션(모의계산)을 통해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부담금을 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대로 공시가격을 올린다면 일부 단지에선 재건축부담금이 1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부담금 적용을 받는다면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 등이 유력하다.

시장은 혼란스럽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얼마나 많이 올릴지 확정할 때까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산정하기 어려워서다. 서울에선 사업승인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뒤 조합이 부담금 산정 자료를 구청에 제출한다. 그러면 구청이 부담금 예정액을 계산해 조합에 통지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준공 시점의 예상 시세에 현실화율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뽑아야 하는데 현실화율 기준이 불확실하면 부담금을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의 지연도 불가피하다. 부담금 예정액이 나와야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 수립과 착공 같은 일정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의 위헌 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공시가격 기준이 달라지면 헌재의 판단도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일규 조운법무법인 변호사는 “개시시점과 종료시점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달라지면 초과이익이 실제보다 부풀려 계산된다. 그만큼 부담금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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