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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선수 넘어지면 서로 손잡아 일으켜줘|싱가포르 임병태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페넌트와 배지교환>
9년만에 남북축구 대표팀이 격돌한 이날 경기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깨끗한 매너로 일관, 남북축구의 수준을 입증했다.
이날 경기는 남북선수들이 함께 나와 그라운드에 도열, 한국선수들은 소형 페넌트를, 북한선수들은 배지를 각각 교환(북한은 이제까지 국제대회에서 거의 페넌트 및 배지교환을 거절했었다) .
경기시작 3분쯤 한국의 구상범에게 북한 윤종수가 첫 반칙을 범한 후 윤종수가 다가가 일으켜 세워 준 것을 시작으로 이후 양팀 선수들은 반칙 때마다 서로 등을 두드리거나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하는 등 끝까지 우호적인 매너를 잃지 않았고 단 한번도 충돌이 없는 모범경기를 펼쳤다.

<"경기 잘 풀려 결승골">
『카타르와의 첫 경기에서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해 긴장했으나 초반에 경기가 잘 풀려 골을 넣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이회택 사단의 첫 출범 때 발탁돼 현재 대표팀의 막내둥이면서 골게터로 활약하고 있는 황선홍(20·건국대경제과3년)은 남북 축구 대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지난 8월 현재의 대표팀을 구성할 때 유일한 대학선수로 대표팀에 남은 황은 최근 국내에서의 연습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하고 지난 13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는 서너번의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해 몹시 괴로웠었다고.

<각국서 인터뷰 쇄도>
남북 대결에서 한국팀이 승리하자 선수단에는 각국 취재진들로부터 인터뷰가 쇄도, 즐거운 비명. 프랑스 국영TV와 일본의 NHK-TV는 물론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각국 취재진들은 이회택 감독에게 17일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싱가포르의 유력 영자지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김주성과, 중국계 연합일보는 최순호와의 인터뷰를 선수단에 공식 요청. 또 각국취재진은 한국 기자들에게도 한국선수단에 관해 질문공세.

<공식기자회견 거절>
북한의 박두익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한국선수들과 악수를 나누었으나 공식회견장에는 나타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노출.
결국 취재진들의 항의로 김광호 축구국서기장이 회견장에 나타났으나 기자들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받은 반면 이회택 감독은 오랜만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열띤 질문에 응답, 좋은 대조를 보였다.
아시아 스타 플레이어 출신 양팀 감독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은 이회택 감독의 승리로 끝나 결과적으로 이 감독은 경기에서도 이기고 매너에서도 이긴 셈.

<외국코치에 사령탑>
김우중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축구 예선전이 끝나면 외국의 유명코치를 초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기겠다고 16일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한국기자들과의 회견에서 현재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가 선수훈련이나 작전구사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체코대표팀의 뱅글호스 감독의 초청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15일 김세택 대사와의 만찬에서 현 대표팀이 훈련을 제대로 않고 불평만 해왔으며 대표선수들이 사명감보다는 돈에 혈안이 돼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민씨 5분 묘기>
남북 축구대결에 앞서 벌어진 사우디와 카타르의 경기 하프타임에는 축구묘기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라있는 한국외환은행의 강성민(27)이 5분여 동안 묘기를 선보여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3시간 전 집중호우>
경기시작을 불과 3시간 정도 남겨놓고 싱가포르에 집중호우가 20여분간 쏟아져 한국팀은 잔뜩 긴장.
개인기에서 북한에 앞선 한국은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야 제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수중전이 될 경우 실력보다는 체력에 의한 의외의 경기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그러나 다행히 비가 멎고 햇빛이 쏟아져 걱정을 덜었으며 실제 그라운드도 좌측 코너 부근을 제외하곤 그런 대로 좋은 상태.

<한국응원단 일색>
월드컵 축구 사상 첫 남북대결이 벌어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은 온통 한국 응원단 일색으로 마치 홈 경기를 방불.
본부석에는 김세택 대사부부를 비롯, 김우중 축구협회장 등이 자리잡고 본부석 좌측하단에는 서울에서 응원차 온 가수 서수남 하청일이, 우측상단에는 『호랑나비』의 주인공인 가수 김흥국이 각각 응원을 주도, 흥을 돋웠다.
반면 본부석 하단좌측에 자리잡은 40여명의 북한응원단은 대·소형 인공기를 들고 열심히 응원했으나 패배로 끝나자 조용히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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