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종로 출마, 선거판이 커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퉈온 이낙연·황교안 전·현직 국무총리의 ‘종로 빅매치’가 성사됐다.

이낙연과 승부, 차기주자 격돌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겠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 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미 지난 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앞서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히며 “(황 대표와) 신사적인 경쟁을 펼쳤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면 황 대표는 이날 공식 발표문과 일문일답에서 ‘이낙연’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제가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재인 정권이다. 어떤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 황교안’이 아닌 ‘문재인 대 황교안’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은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지 35일 만이다. 종로 출마를 미적거리고 다른 출마 지역까지 알아보자 “이낙연 무서워 피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공천관리위원은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으려면 아예 불출마해야 한다”며 황 대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6일엔 공관위 차원에서 “종로 출마와 불출마 중 택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 이를 의식한 듯 황 대표는 이날 “나 하나 죽어서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이미 결단했을 것이다. 의견이 분분했고 모두 일리가 있었다. 결단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다”고 했다. 발표문 초고엔 없던 내용으로, 여론 압박에 떠밀려 종로에 나선 게 아님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황 대표가 장고 끝에 링 위에 서면서 사상 초유의 ‘대선 전초전’이 펼쳐지게 됐다.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만큼 거물급 정치인이 다수 등장했다. 대통령도 세 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 배출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노무현·이명박 후보가 맞대결을 펼쳤다.

이번엔 현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야 1위 후보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게다가 현 정권과 전 정권의 총리였다.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종로가 배출한 네 번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패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 출마 선언 직후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윤정민·김기정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