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개편 필요" 94% "시기는 연말께" 7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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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재.보선 후 불거진 정계개편론의 흐름을 가늠할 최대 변수는 열린우리당 내 호남 의원들이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호남발 정계개편 가능성과 주도권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들을 놓고 민주당의 '세 확대'와 열린우리당의 '방어전'이 맞붙은 형국이다. 민주당은 9월까지는 "뭔가 이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어림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열린우리당의 전북.전남.광주 지역구 의원은 모두 24명. 이중 외유 중인 의원을 제외한 17명에게 정계개편론에 대한 속내를 27~28일 들어 봤다.

◆ "필요하나 당장은 시기상조"=5.31 지방선거 때 민주당의 '호남 우위'를 지켜본 의원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들에게 상황을 타개할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무응답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정계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강봉균 의원)

그러나 정계개편의 시기는 뒤로 미뤘다. 장영달 의원은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호들갑 떨며 정계개편을 얘기하면 오히려 여당에 대한 불신만 확대된다"고 했다. 정계개편론을 즉각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한 사람에 그쳤다. 12명은 정기국회 이후인 연말이나 내년 초를 언급했다. 민주당이 불을 지핀 정계개편론에 여당이 섣불리 손을 얹었다간 오히려 주도권만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숨어 있다. 여당이 정계개편을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하기엔 당장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범여권 통합론 대세=정계개편의 방향엔 다수가 '범여권 대통합'을 거론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이 연대하는) 범여권 대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강기정 의원),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모두가 기득권을 버린 채 고건 전 총리 등을 아우르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우윤근 의원). 하지만 의원들은 호남 중심 정계개편은 경계했다. 김동철.주승용 의원은 "호남이 주도하는 식으로 되면 국민이 정치권의 이합집산 구태로 간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은 "당내에 급진 세력이 있다면 이들과 통합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친노 중심의 개혁 세력에 대한 반발이 묻어난다.

◆ "대통령 탈당은 불필요하지만"=탈당은 정계개편을 촉발할 민감한 변수다. 탈당 찬성론은 한 명뿐이었다.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10명이었다. "표를 얻자고 현직 대통령을 밟고 넘어가선 안 된다"(김성곤 의원),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김동철 의원) 등이다. 그러나 '탈당 불필요'와 함께 '탈당 불가피'도 감지된다. 당이 청와대와 다른 노선을 걷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탈당으로 당.청 관계가 재정립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채병건.이가영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 29일자 3면 '여당 호남의원에게 물어보니' 기사의 제목 중 '정계 개편'이 '정개 개편'으로 잘못 쓰였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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