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바늘 한 쌈은 몇 개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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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몇 년 전 지방직 공무원 국어 시험에 바늘 한 쌈, 오이 한 거리, 한약 한 제가 몇 개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요즘은 예전만큼 물건을 세는 단위가 다양하게 쓰이지 않는다. 몇 개, 몇 마리 등과 같이 일률적으로 단순화해서 사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쌈’은 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로, ‘바늘 한 쌈’은 바늘 24개를 이른다. 누군가 “바늘 두 쌈을 달라”고 말하면, 그 사람에게 바늘 48개를 주면 되는 셈이다.

‘거리’는 오이나 가지 따위를 묶어 세는 단위이다. 한 거리는 오이나 가지 50개를 이른다.

“요즘 몸이 허약해진 것 같아 보약 한 제 지어 왔다”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제(劑)’는 한의학에서 한약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한 제는 탕약(湯藥) 스무 첩 또는 그만한 분량으로 지은 환약(丸藥) 따위를 가리킨다.

“명태 한 짝을 들여왔다”는 말을 들으며 ‘짝’이 한 쌍, 즉 두 개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짝’은 북어나 명태를 묶어 세는 단위로, 한 짝은 북어나 명태 600마리를 뜻한다.

또 조기나 청어 등의 물고기를 짚으로 한 줄에 10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은 ‘두름’이라고 한다. 즉, 한 두름은 20마리를 일컫는다.

이 외에도 물건을 세는 단위로는 축(한 축=오징어 20마리), 톳(한 톳=김 100장), 죽(한 죽=옷, 그릇 등의 10벌) 등이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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