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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바로 공개한다더니···당·정·청이 먼저 안 17·18번 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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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가 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 중 메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가 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 중 메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5일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두 명의 환자가 당·정·청이 모인 자리에서 먼저 알려진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정보 공개 지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당시 새로운 확진자인 7번 환자를 파악한 지 15시간 만에 공개해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생긴 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메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신종코로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 장관의 메모에는 붉은색 펜으로 ‘17번 싱가포르 방문자에 이어’, ‘18번 확진자 발생→16번 환자의 딸’이라고 적혀있었다. 사진이 찍힐 당시에는 16번째 환자까지만 공개된 상태였다.

메모가 언론에 공개된 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17번, 18번 환자를 공개했다. 그동안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추가 확진자를 오후 일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개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17번 환자(38세 한국인 남성)는 컨퍼런스 참석차 지난달 17~24일 싱가포르에 방문후,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8번 환자(21세 한국인 여성)는 16번 환자의 딸로, 격리 중 광주 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의 메모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대해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정·청에 보고할 때 16번 환자까지 있다는 내용의 자료가 작성돼 보고 된 것으로 봤고, 별도의 창구를 통해 (당정청에) 보고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긴급하게 관련 사실을 공유하기 때문에 장관께서 문자나 다른 경로로 보고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며 "그 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장관께 긴급히 확진자 발생 내용이 보고된 것"이라며 "질병관리본부가 당정청에 확진자를 먼저 보고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7번째 환자 늑장공개 후 "정보공개 지연 않겠다" 해명했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질병관리본부는 과거에도 확진자 파악 후 이를 뒤늦게 공개해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사실은 지난달 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에서 개최한 서울시 신종코로나 감염증 종합대책회의에서 드러났다. 당시 박 시장은 “7번 환자가 어제(지난달 30일) 저녁 6시 반에 확진됐음에도 즉시 공개가 되지 않고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 불안을 키우게 되고 그만큼 시간을 다투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문제를 노출한다”고 지적했다. 7번 확진자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에 공개됐다. 15시간만이다.

당시 정 본부장도 이를 시인했다. 지난달 31일 개최한 일일브리핑에서 “즉각 대응팀을 구성해 상황 파악하러 서울로 보내면서 정리가 지연돼 (7번 확진자) 공개 시점을 아침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보 공개 지연으로 루머 생기지 않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일 신종 코로나 사태를 두고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인정하고 실수와 결함이 있었다면 인정하면서 정직함과 투명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의사협회도 지난 3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관련 모든 정보의 투명하고도 신속 정확한 정보 공개와, 질병관리본부와 방역당국의 위기관리 소통시스템 구축과 정상화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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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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