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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1세기병원장 "16번 코로나 바로 의심···정부가 퇴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 환자에 노출돼 병원이 통째로 봉쇄되는 ‘코호트 격리 조치’가 국내 중소병원에 처음 내려졌다. 해당 병원인 광주 광산구 21세기 병원의 최민혁 병원장은 5일 “정부와 공무원의 초동대처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환자가 (확진 전까지) 돌아다니게 방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5일 전화 통화서 억울함 토로해 #."확진자 모녀 다른 환자와 격리" #같은 층 있었던 23명 1인실 격리 #비접촉자, 자가격리나 인근 시설로

최 병원장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이 어땠는지가 중요하다. (16번) 환자의 딸이 먼저 (인대 봉합) 수술을 했다. 동행했던 16번 환자가 본인도 컨디션이 안 좋다며 외래 진료를 보게 된 것”이라며 “열이 나고 폐렴 기가 있어서 진료를 본 의사가 신종 코로나를 의심하며 광산구 보건소에 전화했다. 그런데 ‘중국에 갔다 오지 않았으니 (검사 대상에) 해당 사항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환자를 진료한 내과 의사가 신종 코로나를 의심했고 보건소에 문의했지만 중국과의 관련성이 없단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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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병원장은 “그래서 신종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써서 환자를 전남대병원으로 보낸 것이다. 우리가 의심된다고 하니 전남대(병원)에서도 관할 동구 보건소에 전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 이유로 해당 사항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21세기 병원'이 임시휴업한 4일 병원을 찾은 방문객이 병원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21세기 병원'이 임시휴업한 4일 병원을 찾은 방문객이 병원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러면서 “우리는 초기대응을 잘했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환자가 계속 돌아다니게 방치했다고 언론에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병원장은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 70여명 중 신종 코로나로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16번 환자는 (신종 코로나가) 의심되는 데다 환자가 딸을 간호할 겸 같은 방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해서 단독 방을 쓰게 했다. 딸과 엄마를 다른 환자와 철저히 격리했다”고 주장했다.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21세기 병원' 관계자가 4일 확진 발표 이후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했던 '21세기 병원' 관계자가 4일 확진 발표 이후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병원 설명에 따르면 16번 환자의 딸은 지난달 27일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이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엄마인 16번 환자가 동행했고, 본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자 이날 내과 외래 진료를 봤다. 주치의의 의심 소견이 나왔지만,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병원 측은 신종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써 전남대병원으로 보냈다. 전남대에서 X선 검사 등을 받고 폐렴약을 처방받은 16번 환자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다음날인 28일 딸이 입원해 있는 21세기 병원으로 다시 와서 딸을 간호할 겸 본인도 치료받을 목적으로 6일간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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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민 21세기 병원 총무팀장은 “그나마도 보건소 측에선 해당사항이 없으니 일반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찝찝해서 소견서를 써 전남대병원으로 보낸 것”이라며“그 곳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고 우리 병원에는 폐렴 치료 목적으로 입원했다. 환자가 딸과 같이 생활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혹시나 하는 경우에 대비해 딸 방에 같이 입원시켰다. 딸을 돌보면서 입원하라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딸은 5일 오전 18번째 환자로 확진받았다.

병원에 따르면 확진된 모녀가 있던 3층에는 23명의 환자가 있었다. 병원은 이들을 고위험 접촉자로 판단해 1인실에 격리할 방침이다. 고재민 팀장은 “5~6층에 있던 40여 명의 환자는 비접촉자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분들은 퇴원해 자가격리시키기로 했고, 나머지 소독 등 치료가 필요한 경증환자들은 광주소방학교로 보내 격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이들이 나가고 난 뒤 병실이 비면 3층의 고위험군을 한 명당 한 병실씩 배정해 격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6번째 환자는 태국 방콕과 파타야 등을 다녀온 뒤 지난달 19일 귀국했고 25일 저녁부터 오한과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21세기 병원에 입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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