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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 악몽 되살아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과연 블랙 먼데이 (월요일의 주가 대 폭락)의 악몽은 되살아나는 것일까.
87년 10월 l6일(금요일) 뉴욕의 다우존스지수가 1백8포인트 떨어진데 이어 3일 뒤인 19일 (월요일)에는 무려 5백8포인트(22·6%)나 곤두박질치면서 세계 증시를 파국으로 몰아 넣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13일(금요일)의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지수가 고 인플레에 대한 우려, 유나이티드 사 인수협상 실패 등으로 1백97포인트나 하락, 미국 증시사상 두 번째의 대 폭락 사태를 맞아 2년 전의 쓰라린 상처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 만해도 뉴욕 증시는 블랙 먼데이 충격에서 완전 벗어난 듯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쾌속 항진을 계속해왔다.
87년 주가 대 폭락 이후 약 l년 3개월 만인 지난 1월 24일 블랙 먼데이 직전 최고치를 회복 (2천2백56·43)한데 이어 약 2년 만인 지난 4일부터 연 4일간 신기록 경신을 계속, 다우존스지수는 연초보다 무려 29%나 상승하는 호황을 맞았다.
이처럼 뉴욕증시가 연초의 우려감을 씻고 강세를 보인 것은 주요 증시에서 달러가 강세로 반전하고, 기업의 매수·합병 관련 재료 및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의 증시 활황과 관련, 미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 증권의 시장 투자 전략 담당자인 찰스 클라우씨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의식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라고 전제, 이자율 조건이 지금처럼 양호하고 인플레가 지속적으로 현재 수준 (7월중 소비자 물가 0·2% 상승)을 유지해 준다면 당분간 상승세를 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많은 금융인들은 최근 고 주가 현상에 대해 2년 전 대폭락 때도 지금처럼 고주가 행진을 계속하는 등 상황이 현재와 비슷했던 점을 들어 일말의 경계심리를 보여왔다.
미국의 증권분석 전문가인 네드 데이비스씨는 이미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지에서 『현재 시장 상황은 마치 질주하는 열차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언제라고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충돌 시점이 거의 가까워졌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과다한 상승기류에 일침을 가했었다.
또 다시 주가 폭락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우선 전산 매매에 의한 거래량이 하루에 1천7백만∼1천8백만 주를 훨씬 넘고 있어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폭락 때 주요원인의 하나로 비난의 대상이 된 전산매매 시스템이 다시금 기관 투자가들에 의한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유발시켜 시장은 외부상황에 따라 혼란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의 매수·합법(M&A) 열풍만으로 주가가 큰 폭 오른 점도 불안요인으로 남는다. 특히 M&A 과정에서 「정크 본드」(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가장 큰 수단으로 이용 됐다는 점에서 정크 본드에 대한 채무 불이행 사태가 야기된다면 증시는 엄청난 충격에 휘말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근착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들어 2천억 달러 규모의 미 정크본드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이자 지급의 이행에 애로를 겪는 미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흥청거리는 증권시장, 휘청거리는 채권시장」은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은 이구동성으로 2년 전에는 주가가 과 평가되었으나 현재는 적정 평가됐고 기업수익이 증가된 점등을 들어 최근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펴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13일의 금요일」에서 보듯 폭락의 위험성을 많이 안고 있는 것이 뉴욕증시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루더홀드 투자 자문사의 스티븐 루드홀드 사장의 다음과 같은 얘기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 같다.
『우리는 과거 대 폭락으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 또 대 폭락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개별 주식이나 시장의 흐름이 너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돼 지금까지 벌었던 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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