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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파악 '질병수사관' 역조관, 질병본부장 "굉장히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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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늘면서 확진자의 동선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방역 대책의 핵심도 동선 파악이다. 이 업무는 역학조사관(이하 역조관)이 맡는다. '질병 수사관'이라 부른다. 하지만 역조관이 턱없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정 본부장은 “전반적으로 역학조사관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앙과 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시·군·구 보건소마다 역학조사관이 한 명씩 있어 본인 지역은 본인이 조사하고 평상시에도 감염원 파악 등의 업무를 일상적으로 진행해야 이런 유행이 생겼을 때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데 시·군·구에 그런 역량이 없어 조사 인력이 많이 필요할 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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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본부장의 이런 문제제기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뼈아픈 교훈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감염자가 186명으로 증가하면서 곳곳에서 역조관 부족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 보완했을 뿐이다. 번번이 복지부·기재부가 제동을 걸었고, 국회도 그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역조관은 질병본부 77명, 시·도 53명 등 130명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신종 코로나 종합점검회의에서 "시·도별로 역조관이 2∼6명이 있고,전문성을 가진 공중보건의는 거의 1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과장급 방역관과 역조관 3~4명이 함께 조사한다. 앞으로 감염자가 늘면 인력 부족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역조관은 단기간에 대체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2년 교육을 받고 일을 배워야 한다. 논문·감시보고서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기본 자격을 이수해야 정식으로 임명된다.
 역조관은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기침을 많이 했는지, 마스크를 썼는지, 접촉자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폐쇄된 공간이었는지 등을 파악해 격리 등의 결정을 내린다. 정 본부장은 2일 브리핑에서 “역학을 전공한 민간 전문가, 시·도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역학조사관 교육을 이수한 인력을 임명해 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더 부족한 인력은 민간 역학조사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2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2일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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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본부장일 때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에게 검역 인력 보충이 가장 숙원이라고 해도 후순위로 밀렸다”며 “질병관리본부장이 요청하면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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