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처럼 멸종할래?" "환경부 뭐했나" 장관 만난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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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멸종할래?'라는 피켓을 목에 건 공룡 인형을 쓰고 활동가들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바라보고 있다. 조 장관이 청년들을 만난 타운홀 미팅이 끝난 뒤, 사진을 찍기 전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인류는 공룡처럼 멸종할 것"이라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정연 기자

'우리처럼 멸종할래?'라는 피켓을 목에 건 공룡 인형을 쓰고 활동가들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바라보고 있다. 조 장관이 청년들을 만난 타운홀 미팅이 끝난 뒤, 사진을 찍기 전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인류는 공룡처럼 멸종할 것"이라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정연 기자

"기후변화 우려 나온지가 언젠데 환경부는 뭘 했나요."

"질문 시간이 20분밖에 없습니다. 청년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질문 시간을 더 주세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31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50여명의 청년들과 만났다. ‘녹색전환과 환경정의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학생들은 하고싶은 얘기가 많았지만 행사는 장관의 강연에 가까웠다. 40여분에 걸친 장관 강연과 전문가 발언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6분 뿐이었다.

한 청년은 “우리는 강연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 소통하러 온 것”이라며 “이건 소통이 아니다. 청년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질문 시간을 더 길게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질의응답 시간은 40분가량으로 늘어났다.

행사가 끝나고 질문을 하지 못한 청년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인간도 멸종하고 말 것”이라며 ‘우리처럼 멸종할래?’라고 쓰인 피켓을 든 공룡이 쓰러져 죽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든 청년. 조 장관이 "앞자리를 내드렸다"고 말하자 다른 활동가가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며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든 청년. 조 장관이 "앞자리를 내드렸다"고 말하자 다른 활동가가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며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기후변화 환경부 정책 약했다"

조 장관은 “기후 관련 정책은 여러 부서가 얽혀 있어, 솔직히 말해 종합 정책을 펴기에는 환경부의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기후변화 정책 집행하는 장관 책임이 크고, 정부와 환경부 정책이 약했다”면서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고,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적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2022년 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데 ‘국내 개최’를 추진하자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COP28 개최가 확정되면, 개최국으로서 모범 사례를 보여야 하니 준비 과정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하는 조명래 장관. [사진 환경부]

발언하는 조명래 장관. [사진 환경부]

"석탄화력 줄이면 딱 맞는데…"

한 청년은 “석탄 발전이 국제 사회에서 퇴출되는 추세인데 우리는 7기나 건설 중이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석탄화력발전만 줄이면 사실 딱 맞다”면서도 “절박한 문제이긴 한데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제주 풍등행사나 화천 산천어축제 등 지역축제의 환경 파괴 문제를 지적했다. 조 장관은 “환경적 가치가 존중되는 축제로 진행하도록 문체부에 요청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일회용품 사용 문제에 대해서 조 장관은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솔선수범하겠다는 와중에도 장관 워크샵에는 일회용 컵이 쓰일 정도로 환경 가치가 아직 후순위”라며 “점차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명래 환경부장관 청년 타운홀 미팅 김정연 기자

조명래 환경부장관 청년 타운홀 미팅 김정연 기자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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