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직격탄…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이익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반도체 가격 하락이 결정타였다. 스마트폰(IM)과 가전(CE) 부문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나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가 나쁘면 스마트폰과 가전이 이끌고, 반대로 스마트폰·가전이 부진하면 반도체가 보완하던 ‘삼두마차’ 체계가 전반적으로 삐걱거린 셈이다.

삼성전자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매출 5.5%, 영업이익 52.8% 감소 #반도체 이익 전년보다 30조원 줄어 #신흥시장 부진, 스마트폰 이익도 감소 #"내년 전반적 성장, 불확실성은 지속"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30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은 230조4000억원, 전년 대비 5.5% 줄었다.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 한 해 전보다 52.8% 감소했고, 2015년 수준이다. 4분기 실적만 보면 매출은 59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전자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영업이익 감소분 대부분 반도체 영향 탓  

반도체 실적 부진은 가격 급락 때문이다. 지난해 D램 가격은 2018년 9월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DS) 매출은 9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영업이익(15조6000억원)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2018년(46조5000억원)보다 30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감소분(31조12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4분기는 선방  

다만,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45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소폭 반등했다. D램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탄 결과다. 특히 4분기에 모바일 5G 칩, 고화소 이미지센서, 중국의 HPC 칩 수요 증가로 견조한 실적을 낸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디스플레이 패널(DP) 사업은 지난해 매출 31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 1% 감소했다.

삼성전자 부문별 영업이익.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전자 부문별 영업이익. 그래픽=신재민 기자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 지속적 감소  

스마트폰도 다소 부진했다. IM(IT·모바일)부문 연간 매출은 107조3000억원,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영업이익은 2017년 11조83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 추세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화웨이와의 경쟁, 프리미엄 제품의 제조 원가 상승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부문(CE)은 선방했다. 지난해 가전 부문 매출은 4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0.6% 늘었다. 프리미엄 TV 판매와 건조기 등 신가전 판매가 실적을 이끌었다.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하락 등 원가 절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1등' 위상 흔들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입장에서 실적 부진보다 '글로벌 1등'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12.5%로 인텔(15.7%)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7년 2분기에 1위에 오른 후 다시 '왕좌'를 내준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불안하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18.9%로 삼성전자(18.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준 건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20.9%로 1위를 지켰다. 그 뒤로 화웨이(17%), 애플(14%) 순이다. 또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36.9%)가 삼성전자(35.8%)가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전망은 '조심스러운 낙관' 기조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실적은 조심스레 낙곽하는 분위기다. 서버업계의 투자로 D램 수요가 증가하고, 5G폰 출시량이 늘며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이 늘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팀장(부사장)은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돼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5G폰이 올해보다 2억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