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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무급휴직 설명회까지···美, 방위비 ‘2월 타결’ 압박

중앙일보

입력

주한미군이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장기화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이 예상된다는 점을 이번 주 공식 공지할 계획이다. 미측이 최악의 사태를 선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한국 협상팀을 향한 압박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험프리스는 SNS에 기지 운영 차질 예고하기도 #외교가, "한국인 근로자를 방위비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나"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렸으나 양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사진 외교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렸으나 양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사진 외교부]

주한미군 관계자는 27일 “주한미군 각 부대에서 이번 주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설명회를 연다”며 “긴축 재정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지급의 어려움과 무급휴직 가능성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SMA 협상의 지연 등으로 인해 몇몇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생명·건강·안전과 관련된 업무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지만 일부 노선버스의 운행 시간은 SMA 합의가 있을 때까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 험프리스 측은 해당 공지 내용을 게시하기 전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노동조합에 알렸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SMA 미타결에 대비한 미측의 조치가 지난주부터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SMA가 지난해 만료됐으므로 조만간 자금 부족에 따른 무급 휴가 통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 입장에선 SMA가 2월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당장 오는 4월부터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 SMA 이행 약정에 따라 1년 중 25%에 해당하는 3개월 인건비는 미국이 지불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9개월 치는 한국 정부의 몫이다. 인건비 체불이 우려되는 한국인 근로자는 약 9000명에 달한다. 정부 내 절차와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2월 중순까지 협상이 타결돼야 무급휴직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군 안팎에선 “SMA 협상 때마다 나오는 무급휴직 논란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노조 조합원은 “주한미군이 지난해 10월 ‘SMA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무급휴직이 실시될 수 있다’는 취지의 문서를 근로자 개인에게 보내고 서명까지 받아갔다”며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소개했다.

과거에도 SMA 타결 후 국회 비준이 지연되면서 무급휴직 시행 직전까지 갔지만, 당시 주한미군 측은 미 정부로부터 임시 자금을 받기로 하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적이었다.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기지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 협상팀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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