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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최후 저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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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공기관이던 KT조차 5%의 성과급을 시작으로 비참한 노동현장으로 변했습니다. 우리 교사는 그 (노동자) 중 호봉제를 유지하는 최후 저지선입니다. 우리가 성과급 저지 투쟁을 하는 이유입니다."

비가 내리는 26일 저녁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장혜옥 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교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이날로 8일째 차등성과급 지급과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단식투쟁 중이다. 이날은 특히 전국에서 600여 명 교사들이 모여들어 1박2일로 시위를 벌이며 장 위원장을 지원했다. 전교조는 올해부터 11만 명 교사의 20%로 올라간 성과급 1000억원을 '독 묻은 사탕'이라며 교육부에 반납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교조가 성과급 차등화 폭 확대를 반대하는 명분이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며 단기적 계량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시위에서는 교사들의 진짜 속마음이 뭔지가 드러났다. 장 위원장은 "(성과급을 하면)지각.결근.조퇴.결강 등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점수화할 거다. 교사들을 서열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간성.아이들.역사를 다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지각.결근.조퇴.결강을 하는 불성실한 교사는 불이익을 받는 게 당연하다. 어느 직장이든 마찬가지다. 전교조는 그걸 거부하고 있다.

일산고의 한 교사는 "우리가 철밥통이라고 욕하나? 그렇다. 우리가 철밥통인 거 맞다. 오히려 다른 데가 (철밥통이) 아닌 게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우리는 (철밥통을 지키는)노동자 대표로 나왔다. 우리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평촌중)는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도 '자성'하도록 하는 데서 끝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고은초)는 "성과급의 기준은 지각.수업률 등 수업 외적인 요소에 불과해 부당하다"고 했다.

교사들의 주장이 길게 펼쳐졌지만 정작 '학생'을 위한 얘기는 없었다. 기자는 진행위원 측에 "교육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차상철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 안정성을 찾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원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