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태호 엄마' 민주당 입당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12번째 영입인사인 태호 엄마 이소현 씨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소현 씨는 2019년 5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었고 이후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온 '정치하는 엄마들' 중 한 명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12번째 영입인사인 태호 엄마 이소현 씨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소현 씨는 2019년 5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었고 이후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온 '정치하는 엄마들' 중 한 명이다. [연합뉴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태호 엄마' 이소현(37) 씨가 23일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사로 입당했다.

그는 불과 8개월여 전까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는 8세 남자아이 엄마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축구클럽 차량에 타고 있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같은 불행을 겪은 엄마들과 국회를 수도 없이 오갔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치, 아이들의 안전보다 정쟁이 먼저인 국회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눈물 나는 사람이 손톱이 빠지도록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정치를 통해 바꿔보기로 했다”라고도 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태호엄마' 이소현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태호엄마' 이소현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하준이법, 민식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관련 부모들과 함께 최근까지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 운동을 했다. 이중 민식이법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태호·유찬이법’ 등은 아직 계류 중이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차량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골자다. 태호가 사고 당시 타고 있던 사설축구클럽 차량은 현행법상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이 아니었다.

이씨는 “다른 이의 아픔을 미리 멈추게 하는 일이 제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입당 결심 이유를 밝혔다.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제 울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평소 입당식의 들뜬 분위기가 없었다. 민주당은 앞서 11명의 영입인사 때와 달리 “사정상 (당사자가) 다시 또 눈물이 북받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씨와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생략했다.

정치에 발을 들인 이씨의 본업은 항공기 승무원이다. 대구 출신으로 계명대 관광경영학과·숭실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대한항공에서 13년간 일했다. 민주당은 그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업무를 맡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비행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승객 대신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정치가 그만도 못하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넉 달 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현재는 항공사 휴직 상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씨가 지역구 정치인으로 당장 활동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민주당 당직자)는 말이 나왔다. 총선이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 출산예정일이 그와 멀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지금 여건은 어려움이 좀 있다”면서도 “본인은 지역구에 출마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젊은 어머니들이 모인 수도권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어 내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