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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주·한국당 ‘인생극장’식 영입 경쟁에…“일회성 선거용 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인재 영입 발표회에서 IT스타트업 홍정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인재 영입 발표회에서 IT스타트업 홍정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인생극장’형 인물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육아 중 사시합격자, 극지탐험가… #역경 극복·이미지에만 초점 맞춰 #“정당들, 평소 인재 양성 힘써야”

자유한국당은 13일 극지탐험가 남영호(42)씨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2009년 중국 서부 타클라마칸 사막 450㎞를 도보로, 2016년에는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 고원 3500㎞를 무동력으로 종단했다.

인재 영입에서 ‘역경 극복’의 스토리텔링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1호 영입 대상이었던 최혜영(40)씨는 발레리나를 꿈꾸다 불의의 사고로 척수 장애인이 된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활학 교수가 됐다. 2호 원종건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시·청각 장애인인 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야 했던 유년 시절을 딛고 외국계 정보통신(IT) 기업에 취직했다. 김병주 전 육군 대장과 소병철 전 고검장, 이용우 한국카카오은행 대표 등 분야별 영입도 있었지만 큰 줄기는 ‘스토리가 있는 청년’이었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씨가 조국 사태를 “관행”이라고 표현해 빚은 논란을 그나마 잠재운 것도 홍정민 박사로 경력 단절 극복을 위해 육아 중 사법고시를 패스했다는 이야기가 화제였다.

한국당도 질세라 극적인 케이스를 찾았다. 지난 8일 발표한 북한 이탈 주민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가 그 예였다. 열차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지씨는 목발을 짚고 1만㎞ 이상을 걸어 남한에 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3일 탐험가 남영호 대장에게 지구본을 선물받고 있다. [중앙일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3일 탐험가 남영호 대장에게 지구본을 선물받고 있다. [중앙일보]

과거 이념적·세력적 측면에서 외연 확장을 꾀했다는 점과 다른 양상이다. 역대 가장 뜨거웠던 영입전 중 하나로 꼽히는 1996년 15대 총선 때와 비교해 보면 확연하다. 당시 대통령인 YS(김영삼)는 이우재·이재오·김문수 ‘민중당 3총사’를 영입하면서 개혁성을 보완했다. 이회창·이홍구·박찬종·이인제 등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명망가들이 영입됐다. 반면에 야당 지도자였던 DJ(김대중)는 당시 앵커 정동영, 무역인 정세균, 판사 추미애, 사단장 출신 천용택, 작가 김한길 등 분야별 명사를 영입해 세대교체 효과와 수권 능력을 어필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의 영입 경쟁을 두고선 정치권 안팎에서 적잖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영입 인사들을 “일회용, 추잉껌”이라며 “유통기한은 정확히 단물이 다 빨릴 때까지”라고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잘못은 선거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정당들에 있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은 일회용품 인재 영입 쇼를 그만하고 인재 양성을 준비하라”고 지적했다.

“정치를 모른다”고 말하는 인물군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여론의 주목을 받을 목적의 일회성 선거용 영입은 한국 정치를 더 나쁘게 만들지 모른다”고 했다.

임장혁·박해리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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