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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노 반도체 누가 먼저 내놓나? 삼성·TSMC 3나노 양산 전쟁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갖춘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벤처 팹리스가 설계한 각종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갖춘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벤처 팹리스가 설계한 각종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3㎚ 전쟁- 누가 먼저 3㎚ 선폭(線幅)의 반도체를 만들까. 

3나노미터(㎚ㆍ10억분의 1m)의 반도체 양산을 놓고 삼성전자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맞붙었다. 누가 먼저 머리 카락 굵기 3만분의 1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양산하느냐에 따라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이 바뀐다. 삼성전자로선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위해 파운드리 시장을 잡아야 하고,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인 TSMC로선 시장을 지켜야 한다.

TSMC 4월에 공정기술 공개, 삼성은 지난해 공개

먼저 선수를 친 쪽은 TSMC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4월 29일 북미 기술 심포지엄에서 처음으로 3나노 공정기술을 공개한다. TSMC는 이에 앞서 올해에 5나노를, 2022년까지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6일 실적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는 “3나노 공정기술 개발이 잘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자료 삼성전자]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나노 기술에서 TSMC에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처음으로 3나노 공정에 필수적인 GAA(Gate-All-Around)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위·아래·좌·우)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어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GAA를 적용하면 기존 공정 기술(핀펫)보다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노광 기술의 한계나 작아진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이나 전류 누설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양산시점 2022년, 누가 먼저 당기나 관건  

현재 파운드리 업체중 7나노 이하 미세 공정 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만 보유하고 있다. 7나노부터 3나노까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에 성공했다. 두 회사의 대결은 이제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로 모아진다. 일단 삼성전자나 TSMC 모두 양산 시점은 2022년으로 내걸었다.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건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머리카락 3만분의 1 정도로 가늘어지면 소비전력이 감소하고 처리속도가 향상된다. 칩 면적도 5나노 제품과 비교해 35% 이상 줄어든다. 스마트폰, 특히 폴더블 폰 등에 긴요한 기술이다.

삼성, 3나노 선점으로 TSMC 독주 깰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최강자다. TSMC의 2019년 매출은 1조700억 대만 달러(약 41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절반이 넘는 점유율(52.7%)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위(17.8%)지만 격차가 크다. TSMC의 생산규모는 삼성의 4~5배로 알려져 있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APㆍ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을 독점 생산한다. 올해는 16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7나노, 5나노, 3나노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일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3나노 미터 반도체 공정 기술을 직접 보고받았다. 사진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반도체연구소로 들어가고 있는 이 부회장 모습.[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일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3나노 미터 반도체 공정 기술을 직접 보고받았다. 사진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반도체연구소로 들어가고 있는 이 부회장 모습.[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식화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로, 이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파운드리 사업이다. 5나노, 3나노 초미세공정을 선제도입해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따라잡는 게 삼성전자의 과제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2일 올해 첫 사업장 방문으로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선택해 3나노 공정기술 보고를 받을 정도로 직접 챙기고 있다.

기술유출 우려는 풀어야 할 숙제 

반도체업계는 두 회사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본다. 3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이 앞서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은 파운드리에 대한 집중도다. TSMC는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의 의뢰를 받아 위탁생산만 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설계도 한다. 애플 같은 기업에선 기술 유출을 우려해 삼성에 위탁생산을 맡기길 꺼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운드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DB미래전략연구소 강상구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팹리스의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2020년 한국공학한림원 신년하례식에서 "(파운드리 분사 관련)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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