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작년 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저…올해도 '반등'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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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이미지. [중앙포토]

성장률 이미지. [중앙포토]

정부가 지난해 막판에 나랏돈을 대거 풀며 2% 성장률은 가까스로 지켜냈다. 정부는 '선방'이라고 표현하며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향후 경기 반등 여부를 점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설비투자가 확 꺾이는 등 민간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서다. 올해 성장률이 다소 나아지더라도 지난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 반등을 거론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경제, 작년보다는 낫다" 우세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다.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국제통화기금(IMF)은 2.2% 수준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경기 부양 의지 등을 반영해 대내·외 기관보다 소폭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지난해 기록한) 연간 2% 성장률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며 "올해에는 2.4% 성장을 달성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예측대로 2.2~2.4%대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저성장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지난해 상당히 부진한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로 올해 경제가 별로 좋아지지 않아도 수치상으로 지난해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수출' 탈출 가능할까 

관건은 지난해 말까지 13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수출이 회복하느냐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70%대(2018년 70.4%)에 이른다. 수출 회복 여부가 경기 상황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연초 사정은 정부 기대와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연초 하루 평균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기대감을 보였지만, 1월 1~20일 집계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여전히 감소세(전년동기 대비 -0.2%)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반도체 등 지난해 수출 감소를 이끈 주요 품목 수출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10% 가까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IHS 마킷 등 해외 시장조사기관들은 지난해 10~15% 줄어든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에는 5~10%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해 반도체 가격 회복이 국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지수 추이. [DramExChange]

반도체 가격 지수 추이. [DramExChange]

미·중 무역협상이 지난달 1단계 합의에 이른 것도 수출 회복에는 '청신호'다. 양국 간 무역분쟁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했지만, 화해 분위기가 이어지면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회복하면 국내 수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의 최근 수출 동향.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최근 수출 동향. [한국무역협회]

민간 투자 회복이 변수 

반도체 회복 가능성에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건 민간 부문의 투자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2% 성장률에 그나마 '턱걸이'한 건 정부의 재정 지출 효과 덕이 컸다. 정부는 재정 지출이 제조업 등 민간 부문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설비투자는 8.1% 감소하는 등 크게 부진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에는 서비스업 위주로 일자리가 증가했고, 제조업·건설업 고용은 부진해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었다"며 "민간 부문에서도 회복세가 확연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기존 전망(올해 예상 성장률 2.1%)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반등을 위해선 정부가 수출 시장에서의 제조업 주력 품목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설비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낙관적 지표를 선전하는 데만 몰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2%대 경제성장률은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에서 2위"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넘긴 나라와 3만 달러를 갓 넘긴 한국은 경제 규모 자체가 달라 '3050클럽' 순위 비교는 의미가 없다"며 "미래 성장 동력 기반을 확충하는 설비투자가 8%대로 크게 줄었기 때문에 정부는 투자 활성화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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