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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간부, 상관에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 상갓집서 들이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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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대검찰청 검찰 간부가 공개 장소에서 새롭게 임명된 검사장에게 고성을 내며 반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간부회의에서 차장급 검사가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에게 작심발언을 한 데 이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오후 9시쯤 대검의 과장급 인사의 집안 상가(喪家)에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조문을 했다. 윤 총장은 새롭게 임명된 신임 검사장급 대검 간부와도 함께 자리했다고 한다.

대검 선임연구관, 한동훈 후임 심재철에 거센 항의 

윤 총장을 비롯해 대검 간부가 자리에 앉고 3시간 정도 흐른 뒤 자정 무렵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던 양석조(47·사법연수원 29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일어서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양 선임연구관은 검사장 바로 아래인 차장검사급 간부다. 그는 직속 상관인 심재철(52·사법연수원 27기) 반부패·강력부장을 가리키며 “(심재철 부장이) 조국 수사는 무혐의라고 얘기했다”고 고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며 반말 섞인 말투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후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검사장이 된 심 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한동훈(48·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의 후임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윤석열 총장 잠시 자리 비운 사이 고성 

양 선임연구원이 고성을 지르자 상갓집을 찾은 검찰 간부들이 그를 말리기 시작했고, 심 부장은 앉은 상태에서 “그건 아니고…”라고 해명하려다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당시 윤 총장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해당 자리에 있던 검찰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취임사에서 일선 검사들에게 저항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사자성어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함께 껍질을 깨야 한다)를 인용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일선 검사들의 의지를 보여준 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는 심 부장과 양 선임연구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이성윤 지검장 주재 첫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법무부의 검찰 인사 개편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책임져 온 송경호(50·사법연수원 29기) 3차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의 취임사 일부를 언급하며 “(검찰권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검장님의 취임사도 같은 내용으로 이해했다”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고 한다.

대검, 법무부에 "대검 중간간부 인사하지 말아 달라"

대검은 최근 법무부에 “과장급 중간간부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대검 중간간부 전원은 지난 10~13일 각자의 인사 의견을 대검에 제출했고 모두 “부서 이동을 희망하지 않는다”며 대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인사 시기는 주초로 예상된다. 오는 20일 오후 2시에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이튿날인 21일 오전 10시에는 반부패수사부·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서 부서 13곳을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김민상‧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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