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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탄소 0" MS "우린 마이너스"···기후변화 놓고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분야는 의외로, 기후 변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 마이너스’를 선언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에 배출한 탄소까지 없애겠다는 의미다. 4개월 전 아마존은 ‘2040년 탄소 제로(0)’를 선언했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IT 거대 기업들이 '기후 변화' 주도권을 놓고 격돌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30년까지 탄소 마이너스' 정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브래드스미스 MS 사장, 에이미 후드 CFO, 사티아 나델라 CEO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30년까지 탄소 마이너스' 정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브래드스미스 MS 사장, 에이미 후드 CFO, 사티아 나델라 CEO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탄소 배출, 아마존 "0" vs MS "난 -"   

MS가 지난 16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탄소배출 마이너스(-)를 달성하겠다는 기후변화 대응책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2025년이 되면 사무실·공장을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하고, 2030년에는 업무용으로 전기차만 사용하며, 앞으로 4년 동안 탄소제거 기술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2050년까지는 MS가 설립(1975년) 이래 배출한 탄소를 모두 제거하겠다는 포부다.

MS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이를 “기후 문샷(moonshot)”이라고 했다. 문샷은 혁신을 위한 발칙한 상상을 의미한다. ‘문샷 씽킹’은 구글의 주된 문화였다. 이를 기후변화 대응에서 MS가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2040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다. 전기 자동차를 10만 대 사서 '탄소 제로' 유통을 이뤄보겠다는 것이다.
MS의 기존 목표는 ‘2023년까지 70%를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는 것’이었다.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자사 시설을 운용하는 구글·애플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MS는 IT 기업 중 기후 변화 대응에 가장 앞서가게 됐다.

노사관계 때문?

지난해 9월 '기후파업'에 나선 아마존 직원들 [사진 '기후정의를 위한 아마존 직원들' 트위터]

지난해 9월 '기후파업'에 나선 아마존 직원들 [사진 '기후정의를 위한 아마존 직원들' 트위터]

기후변화 대응에는 노사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 포브스는 “미 캘리포니아의 IT 인재들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민감하다”며 “인재 관리 차원에서도 IT 기업들이 기후 변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아마존 주주총회에서는 1000명 이상의 직원이 서명한 ‘기후변화 대책 마련’ 요구 서한이 제출됐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유엔(UN)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자, MSㆍ아마존ㆍ구글 등 IT 기업 직원 수천 명이 ‘기후 파업’을 벌였다. 정부과 기업이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구글 직원 1100명이 회사에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화석연료 사용 계약 금지 ▶기후변화 를 부정하는 정치인ㆍ연구소 후원 중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선 주자들도 관심

미국 대선의 영향도 크다. 올해 미 대선의 주요 논점 중 하나가 기후변화이기 때문.
지난 2일 '기후 정의를 위한 아마존 직원' 소속 직원 중 2명이 사측으로부터 해고 위협을 받았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나오자,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차례로 공개 발언을 했다.

워런 의원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해당 기사를 올리며 “기후 변화를 위해 싸우는 그 누구도 직장을 잃을까 우려해선 안 된다”고 했고, 샌더스 의원은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리며 “나는 이 직원들 편”이라고 했다.

석유기업과도 관계 끊어!

문제는 IT와 탄소 배출의 관계가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것이다. IT기술로 원유 시추 같은 자원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지난해 9월 MS는 거대 자원·석유 개발 업체인 슐럼버거-셰브론과 계약을 맺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정유사업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기후변화대응을 촉구하는 직원들은 석유산업과의 연계를 끊을 것을 요구한다. 회사로서는 특정 사업 영역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기후변화를 위한 아마존 직원’ 모임은 17일 MS의 '탄소 마이너스' 정책 발표 후 “아마존과 같이, MS 경영진도 석유기업과 거래를 그만둘 의지가 없다”며 “지구에서 더 빠르고 싸게 화석연료를 파내는 것은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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