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 팀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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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대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경기에서 3회말 1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요미우리의 이승엽이 2루타를 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나를 따르라.’

한일 통산 400홈런 달성에 2개 만을 남겨 놓고 있는 요미우리 4번 이승엽(30)이 팀 리더로서 거듭나며 후반기 거인군 대반격의 키 플레이어 구실을 하고 있다. 불붙은 방망이쇼와 함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침체된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용병으로서 이승엽의 투혼에 선수단 및 팬. 일본언론까지 감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요미우리는 연패를 거듭한 전반기 중순부터 팀의 구심점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장 고쿠보 히로키와 선수회장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각각 부상으로 1군 엔트리를 들락날락했고,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도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주 못했다.

때문에 개막 초 선두를 내달리던 요미우리는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최하위를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손가락 부상인 고쿠보의 합류는 아직 미정이며 옆구리 부상으로 2차례 전력이탈했던 다카하시도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서 이승엽이 명실상부한 그라운드의 정신적인 지주로 거듭난 것이다. 전반기 팀 적응을 위해 자신의 ‘할일’만 묵묵히 했다면 후반기에는 4번 타자이자 요미우리 간판으로서의 책임까지 기꺼이 떠맡았다.

이승엽은 후반기 첫날인 25일 히로시마전에서 1루베이스를 맞고 튀는 안타를 치고 전력질주.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26일 경기에서는 상대 배터리의 허점을 파고들며 2루 도루(시즌 3호)에 성공하는 등 방망이뿐 아니라 발로 동료들의 파이팅을 일깨웠다.

경기 후에서도 이승엽은 개인보다 팀을 먼저 내세웠다. 시즌 30호 홈런을 친 25일 “홈런에 대한 기쁨은 없다. 팀이 져 화가 난다”고 했고, 26일에는 “홈런은 못쳤지만 팀이 이겨 만족한다”며 환히 웃었다.

이런 이승엽의 모습에 팀과 팬 모두 고무돼 있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을 본받아라”고 선수단에 질책을 가했다. 27일자 <산케이스포츠>는 ‘이승엽이 어제(26일) 한일 통산 400홈런에 2개를 남겨 놓고 있었지만 무리한 타격을 하지 않은 팀을 위한 자세(3타수 3안타 1볼넷)에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용병을 ‘수켓토’라고 표현한다. (어떤 일에) 힘을 보태거나 임시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은 더 이상 ‘수켓토’가 아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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