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당에 1당 뺏기면 국정마비" 커지는 비례민주당 불가피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시도에 대해 "위성정당이 아닌 위장정당"이라며 "선거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시도에 대해 "위성정당이 아닌 위장정당"이라며 "선거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그게 무슨 위성 정당인가. 위장 정당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비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비례위성정당을 '위장 정당'이라고 표현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저격한 발언이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과 관련 줄곧 "비례민주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꼼수’로 규정하면서도 이에 ‘역(逆) 꼼수’로 맞서는 것이 아닌 정공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비례정당을 창당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에 1당을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면서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현실화한다면 전체 47개 비례의석 중 한국당이 절반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비례정당이 없는 민주당은 현재의 13석에서 5~7석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부에서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당과 영영 멀어지나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비례정당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움트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줄곧 비례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민주당으로선 갑자기 '태세전환'에 나설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의당과의 관계도 문제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이번 총선에서 '진보 연대'는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사활을 걸었던 정의당으로선 "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나쁘다"라며 공격 타깃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당은 원칙론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현실론의 온건파로 나뉜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강경파에 가깝다. 반면 선거전략을 담당하는 정책실을 중심으로 "최악의 경우 비례민주당도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라는 전쟁에선 결국 승리가 정의 아닌가"라며 "명분론에만 치우치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의장 뺏길 수 없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민주당은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주요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입법전쟁 완승에 대해 여당과 국회의장이 합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포토]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민주당은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주요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입법전쟁 완승에 대해 여당과 국회의장이 합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포토]

 비례정당 창당론이 대두하는 기저엔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선 국회의장 자리도 사실상 내줘야 한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맡는 것이 국회 관례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국회의장을 민주당이 배출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제도 개혁의 대역사는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영향력은 지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증명됐다. 민주당이 ‘쪼개기 임시국회’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편법안 등을 상정하고 표결에 부칠 수 있었던 데엔 문희상 국회의장의 적극적 개입이 있어서 가능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무력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한국당이 1당이 되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은 그야말로 마비 수준이 되지 않겠나"라며 “국민께 사죄해서라도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