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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활비 330원'…중국 울린 영양실조 20대 여대생 죽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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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사망한 중국 여대생 우화옌. [웨이보=연합뉴스]

가난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사망한 중국 여대생 우화옌. [웨이보=연합뉴스]

중국에서 20대 여대생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으면서 중국 내 빈곤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구이저우(貴州)성에 사는 24살 우화옌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화옌이 목숨을 잃은 배경에는 가난이 있었다. 1995년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태어난 그는 4살 때 어머니를 여윈 뒤 정신질환을 앓는 남동생,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화옌 가족도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많지 않은 수입의 대부분은 동생 치료비로 쓰였다. 병에 걸린 아버지는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우화옌이 18살 때 세상을 떠났다. 이후 남매는 할머니 손에서 길러지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뒤 삼촌과 이모가 두 남매를 돌봤다.

전문 대학에 진학한 우화옌은 연 7000위안(약 12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 아픈 동생을 보살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에서 나온 생활 보조금은 고작 월 300위안(약 5만원)에 불과했다.

우화옌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식비를 줄였다. 지난 5년간 매일 절인 고추 하나만을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우화옌이 하루에 쓴 생활비는 2위안 (약 330원)이었다.

결국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우화옌은 지난해 10월 심장과 콩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화옌은 키 135㎝, 몸무게 22㎏로 걷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눈썹과 머리카락의 50%가 빠지는 등 상태가 심각했지만 치료할 돈이 없었다.

우화옌의 사연은 지난해 중국 충칭모닝포스트를 통해 알려졌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화옌은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 치료비가 없어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가난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사연을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다. 친구들과 지역 주민들이 우화옌을 위해 돈을 모았다. 네티즌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돈이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우화옌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중국 네티즌은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은 우화옌 사연에 슬픔 표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남매를 돕지 않은 이유에서다. 우화옌의 사연을 접한 중국 당국이 2만 위안 (약 330만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우화옌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정과제로 빈곤 퇴치를 내세웠으나 구이저우성에만 절대 빈곤층이 15만 명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까지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목표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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