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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국왕 조문단장이 하필 정경두···힘실리는 호르무즈 파병

중앙일보

입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오만 국왕 조문사절단을 놓고 정부는 “조문만 하고 오겠다”는 입장이지만 호르무즈 파병과 연결하는 관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방 수장이 이끄는 조문사절단이 이례적인 데다 호르무즈 파병에서 오만은 핵심 국가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 장관은 지난 13일 김창규 주오만대사,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 외 국방·외교부 실무자 등 9명으로 구성된 사절단과 함께 오만으로 향했고, 15일 귀국한다. 정부는 정 장관 파견 배경과 관련, 통상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정치인 등이 단장을 맡지만 이번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정 장관이 단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무총리는 교체기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미 중이다. 외교 당국자는 “국방부 장관이 해외 국가 군주의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간 건 이례적”이라면서도 “그동안 국방·방산 분야에서 오만과 구축해온 협력 관계를 이유로 정 장관이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 양국의 ‘국방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오만을 방문했고, 같은 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 국제방산전시회(IDEX 2019)에서는 바드르 빈 사우드 오만 국방담당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오만 입장에서 정 장관은 비교적 잘 알려진 한국 측 정부 인사인 셈이다.

오만을 공식 방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무스카트항에 입항한 청해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국방부]

오만을 공식 방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무스카트항에 입항한 청해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국방부]

하지만 정 장관의 이번 오만행을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한국군이 파병된다면 보급 등 지원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해있는 오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는 이미 오만의 무스카트, 살랄라 항을 보급기지로 이용 중이다.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 오만 방문 때 무스카트 항에 있는 청해부대를 격려차 찾기도 했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공식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다. 군 당국자는 “조문사절단 단장인 정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호르무즈, 청해부대와 관련된 행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조문만 하고 온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14일(현지시간)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오만 국왕 조문 행사에 참석한 뒤 바드르 빈 사우드 국방담당장관과 별도 환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14일(현지시간)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오만 국왕 조문 행사에 참석한 뒤 바드르 빈 사우드 국방담당장관과 별도 환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그럼에도 정 장관은 이번 일정에서 오만 국방담당장관과 환담을 가졌다. 오만 정부 인사들의 조문단 접견이 국방 수장 간 별도 환담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외교부는 “신임 국왕 재임 기간에도 지난해 10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결과 등을 바탕으로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만 밝혔지만,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파병 관련 사안이 언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 일각에선 정 장관의 오만행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호르무즈 파병을 대비해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파병 행보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군이 파병될 수 있는 지역에 국방 수장이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근평·위문희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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