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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영차] 中 거래소, 규제 피해 홍콩行... 옳은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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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소냐's 영차영차]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본토 거래소는 물론, 해외에 사업 등록을 했더라도 자국 내 암호화폐를 발행 · 거래하는 거래소까지 모두 적발해 엄중히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적잖은 거래소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홍콩행을 택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안전한 도피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콩은 2018년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 점진적으로 라이선스를 발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소위 'A급 거래소'들조차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5곳 이하 거래소만이 샌드박스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이들은 도중에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더라도 1년 간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뒤에야 샌드박스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결국 군소 거래소들은 중국 내에선 합법적으로 사업하기가 더 힘들어진 셈이다. 

中 당국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안할 것"

13일 중국 매체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시 지방금융감독관리국의 훠쉐원 국장은 최근 열린 '제2차 중국금융계몽연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사업 라이선스를 발급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암호화폐 규제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며 "베이징시는 어떠한 암호화폐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발견 즉시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 지역에 사업장을 둔 거래소라 할지라도 본토 내 영업 활동을 하면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비스(BISS)다. 비스는 케이맨 제도에 사업 등록을 했지만 중국에서 주로 활동을 해온 암호화폐 거래소다. 최근 비스 관계자 수십 명이 위법 혐의로 베이징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훠 국장은 비스의 영업 활동에 관해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당국은 이러한 거래소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내몰리듯 홍콩行... 내륙보단 규제 덜해

중국 본토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보니, 적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홍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홍콩은 암호화폐 규제의 수위가 일본이나 미국, 싱가포르에 비해선 높지만 중국 내륙에 비해선 그나마 낮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8년 11월 홍콩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규제 샌드박스에 집어넣은 뒤 점차적으로 사업 라이선스를 발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증감회가 라이선스를 신청한 거래소에게 제시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법적 실체는 홍콩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증감회가 직접 관할할 수 있고, 홍콩 거주자 또는 홍콩 내 자산을 보유한 자의 투자에 대해 법적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미등록된 다수 거래소들은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2. 회사의 본사는 홍콩에 소재해야 하며, 정책결정권도 홍콩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홍콩에 법인을 두었으나 타 지역, 예컨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에서 실제 사업을 운영하고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없다.

3. 증감회는 거래소의 주주가 과거 전통 금융기관 또는 디지털자산 업계에 종사할 때 위법 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 이 외에 기술적 사항이나 투자자 자산 보험 가입, 제3자 회계심사에 관한 자료 제출 등을 거래소에 요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거래소는 해킹이나 탈취 등 위험에 대비해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 중 98%를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또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핫월렛과 콜드월렛에 저장한 자금은 각각 100%, 95% 유지해야 한다. 고객확인(KYC) · 자금세탁방지(AML) · 테러자금조달방지(CTF) 규정 준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규제 샌드박스 대상자 중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12개월 간 당국의 까다로운 감찰과 심사를 받아야 하고, 자체적으로도 컨트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후에야 샌드박스 해제 신청을 할 자격이 주어진다.

까다로운 심사... 통과 업체 '5곳 이하'

중국 내륙에 비해선 규제 장벽이 낮다곤 해도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샌드박스에 진입하는 것부터 하늘에 별따기다. 2019년 11월 증감회가 거래소들로부터 라이선스 신청을 조만간 받겠다고 밝힌 뒤 두 달여 지난 지금, 5개가 채 안 되는 거래소들만 샌드박스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9일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소식통을 통해 "증감회가 창립자의 자산실사 등을 비롯해 엄격한 평가를 거쳐 소수의 거래소만 선발했다"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A급 거래소 중에서도 99%가 심사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감회는 심사에 통과한 거래소 명단을 아직 공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심사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라이선스를 신청한 기업 수가 많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홍콩 상장사 BC 테크놀로지 그룹(BC Technology Group Limited)과 홍콩 디지털자산 기업 해시키그룹(HashKey Group) 등이 라이선스 신청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선스 발급, 머지 않았다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지만 일단 대상자가 되면 라이선스 발급은 순조로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팡훙진 홍콩블록체인협회 공동 주석은 "이들 거래소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단계가 아닌, 최종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라며 "일부 라이선스 조건만 충족하면 사업 운영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빠른 시일 내 홍콩에서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소가 탄생하게 된다.

결국은 '그들만의 리그'

하지만 이는 극소수의 대형 거래소에 국한된 이야기다. 대부분의 중국 군소 거래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내륙의 규제를 피해 홍콩으로 옮겼더니 여기서도 대형 거래소, 그것도 '특A급'이 아니면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결국 이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았다. 짐을 싸서 해외로 가거나 당국의 눈을 피해 무허가 운영을 하는 것. 그렇다 해도 미래는 불투명하다. 연고 없는 타지에서는 경쟁력이 한참 부족하고, 중국에서 암암리에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 역시 위험 부담이 매우 크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된다. 암호화폐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진입 문턱이 턱없이 높아 이들이 시장에서 맞붙을 기회마저 잃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시장 메커니즘은 사라진 채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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