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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제조기' 아소, 이번엔 "일본은 단일민족"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AP=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AP=연합뉴스]

‘망언 제조기’로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일본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이누족을 ‘선주(先住)민족’으로 규정한 아이누시책추진법을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이 ‘단일민족국가’라는 아소 부총리의 말은 이런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어긋난 발언이다.

"2000년에 걸쳐 하나의 민족이 이어지고 있는 좋은 나라" #"아이누족 등 소수민족 존재 부정하는 부적절 발언" 비판

14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13일 후쿠오카(福岡)현 노가타(直方)시에서 열린 국정 보고회에서 지난해 열린 일본 럭비팀의 활약을 평가하며 “(일본은) 인터내셔널화 되고 있다. 거기서 힘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년의 긴 세월에 걸쳐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는 여기(일본) 밖에 없으니, 좋은 나라”라는 발언을 했다.

아소 부총리는 같은 날 후쿠오카현 이즈카(飯塚)시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도 “2000년에 거쳐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로 하나의 왕조를 계속 유지해온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의 발언은 아이누족 등 일본 내 소수민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부적절한 내용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정부는 법률로 아이누를 일본의 선주민족으로 명기하고, 아이누족 독자의 문화의 유지와 진흥을 지원하는 내용의 아이누시책추진법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이 법에 기반해 아이누인들의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각의에서 결의했다. 반면 오키나와(沖繩)의 류큐인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선주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망언 제조기’ ‘망언 폭격기’로 불리는 아소 부총리의 부적절한 발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해에도 저출산 고령화와 관련해 “노인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이들이 많지만 잘못된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 문제”라고 말해 ‘공적 발언에서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 선정한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 1위에 꼽혔다.

2018년에도 재무성 차관이 여성 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문제에 대해 “만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라고 했으며, 노인문제와 관련, “90살이 되어서도 노후가 걱정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언제까지 살아 있을 생각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북한 난민이 몰려오면 사살을 고려하겠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등 북한에 대한 과격한 발언으로도 비판을 받았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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