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변호사 시험 응시자들에게 각자의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간 변호사시험의 성적만 공개되고, 석차는 비공개돼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정건희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시행한 제8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법무부에 자신의 석차를 공개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이를 공개할 경우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며 거부했다. 성적을 공개할 경우 서열화 등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다시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취지에서다.
재판부 “석차 공개 로스쿨 도입 취지 반하지 않아”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 석차 정보 공개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석차) 정보 공개가 로스쿨 교육과정과 변호사시험의 유기적 연계나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한 합격자 결정의 기본 골격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또 “여전히 출신 로스쿨에 대한 명문대와 비명문대 등 편견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석차를 공개해 경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과다 경쟁 우려”
다만 재판부는 “(석차 정보 공개로 인해) 법학전문대학원 사이에서 상위 석차 합격생을 배출하기 위해 과다한 경쟁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특성화 교육이 형해화될 우려는 있다”면서도 “그 우려만으로 객관적 변호사시험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우려가 일부 현실이 되더라도, 이는 로스쿨의 충실한 교육 등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변호사 시험의 서열화나 로스쿨 특성화 교육의 형해화 등 문제는 본질적으로 낮은 합격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시험 석차 논쟁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국회에서 이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석차를 제외한' 성적만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