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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부모님께 올 설에는 과일 대신 황제옥돔·귀족멸치 드리자”

중앙일보

입력

달라진 올해 명절선물 트렌드

이마트가 올해 설날 명절을 맞아 판매를 시작한 황제옥돔. 일반 옥돔보다 크기가 2배 가량 크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올해 설날 명절을 맞아 판매를 시작한 황제옥돔. 일반 옥돔보다 크기가 2배 가량 크다. [사진 이마트]

백화점에서만 봤던 고급 명절 선물세트가 유통채널 전반에서 팔리는 추세다. 특히 올해 설날 명절에는 다소 비싸더라도 부모님께 최고급 제품을 선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13일 설 선물 세트 사전예약판매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마트 소비자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난 9일까지 국내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산 명절 선물세트 매출액을 가격대별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고급 명절 선물세트’로 분류하는 20만원대 이상 제품 매출액이 전체 사전 예약판매 중에서 5.1%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이후 설·추석 명절에 판매하는 고급명절 선물세트 매출비중이 5%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마트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만원대 선물세트가 10만원대(4.9%)보다 많이 팔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만원대, 10만원대보다 잘 팔려

가격대별 명절선물세트 판매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가격대별 명절선물세트 판매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2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高價)의 명절 선물세트는 주로 호텔·백화점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이다. 하지만 올해는 편의점·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도 인기가 높아졌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선 멸치(수안용 귀족 멸치 세트·36만원)와 굴비(으뜸 대왕 굴비세트·39만8000원), 칡소(호반칡소 한우세트·34만8000원) 등이 30만원대에 팔린다. 똑같은 과일도 기존 명절선물세트에 적용하던 사과(380g)·배(800g)보다 약 30% 크고 약 20% 당도가 높은 상품으로 구성했다(황금당도 천안배·충주사과 선물세트·15만8000원).

홈플러스에서는 불과 네 덩어리만으로 구성한 한우(농협안심한우·39만9000원)가 100g당 2만5000원에 육박한다. 심지어 이마트에서는 프랑스산 750mL 와인을 한 병당 530만원에 판다(샤또르팽 2012년산·샤또페트리스 2014년산).

롯데마트가 올해 설날을 맞아 출시한 멸치(귀족멸치세트)는 36만원에 팔린다. [롯데마트 캡쳐]

롯데마트가 올해 설날을 맞아 출시한 멸치(귀족멸치세트)는 36만원에 팔린다. [롯데마트 캡쳐]

싼 제품 여러명에→비싼 제품 몇명만 

홈플러스는 고급 한우 선물세트 100g당 가격이 2만5000원에 육박한다. [홈플러스 캡쳐]

홈플러스는 고급 한우 선물세트 100g당 가격이 2만5000원에 육박한다. [홈플러스 캡쳐]

이처럼 고가 제품 판매량이 증가한데 대해 곽정우 이마트 그로서리본부장은 “과거에는 명절이 되면 여러 사람에게 저렴한 선물을 돌렸지만, 요즘엔 소수의 사람만 골라 명절 선물을 주는 분위기”라며 “선물을 주는 사람 수가 줄어든 만큼, 선물의 개당 가격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횡성축협한우구이세트(54만원) 등 50만원대 초고가 선물세트 판매 비중은 지난해 추석보다 36% 늘었다. 각각 25만원에 판매하는 황제갈치세트·황제옥돔세트도 준비 물량이 동나면서 예상물량의 2배를 공수했다. 황제갈치·황제옥돔은 일반 생선보다 크기가 2배 이상 큰 최상품으로 구성한 생선선물세트다. 20만원대 굴비선물세트는 본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추석 명절 선물세트 전체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마트가 선보인 와인은 750mL 한 병이 각각 530만원이다. 왼쪽은 샤또르팽 2012년산, 오른쪽은 샤또 페트리스 2014년산.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선보인 와인은 750mL 한 병이 각각 530만원이다. 왼쪽은 샤또르팽 2012년산, 오른쪽은 샤또 페트리스 2014년산. [사진 이마트]

명절을 앞두고 고가 선물세트를 사는 소비자를 위해서 대형마트가 프로모션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급 선물세트를 판매하면서도 특정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일부 제품은 상설 특가를 제공하기 때문에 백화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알찬 선물세트를 살 수 있다”는 것이 곽정우 본부장의 설명이다.

편의점은 고가 가전·명품 선물세트 

편의점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고가의 명절 선물세트 중에서도 기존 대형마트·백화점·호텔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틈새 상품을 내놓으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 예컨대 씨유(CU)는 올해 설날 명절을 맞아 최고 등급 홍삼으로 구분하는 천삼 6종을 팔고 있는데, 최고가 천삼(30지)의 경우 판매가격이 200만원이다. 기존 편의점이 취급하던 산삼·홍삼·수삼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올해 설 명절선물세트에서 고가 제품 판매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고급명절선물세트. [사진 이마트]

올해 설 명절선물세트에서 고가 제품 판매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고급명절선물세트. [사진 이마트]

GS리테일은 아예 명품 브랜드를 가져왔다. 에르메스 팔찌(85만원)와 초고가 와인(로마네콩티 2013·3800만원)을 편의점(GS25)에서 판다. 미니스톱은 와인셀러(104만원)·스타일러(192만원) 등 고가 가전제품을, 세븐일레븐은 청와대 만찬에 올랐던 독도 새우 세트(1kg·19만9000원)를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명수 BGF리테일 MD 지원팀장은 “무료 택배 제공이나 통신사 상시 할인 등 편의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데다, 기존에 편의점에서 못 보던 상품이 대거 나오면서 고가 선물세트를 편의점에서 사는 수요가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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