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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샌더스 응원 트윗 왜?…민주당 마지막 TV토론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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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정책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진보적인 정책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올해 11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관문은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아이오와 코커스(caucusㆍ당원대회)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첫 결전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 후보들이 14일(현지시간) 마지막 설전(舌戰)에 나선다. CNN이 아이오와의 주도(州都)인 디모인에서 주최하는 방송토론이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주요한 분기점이다.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2위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 사이의 대결과 3위인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의 막판 뒤집기 계획이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의 14일 방송토론과 아이오와 코커스를 유심히 지켜볼 사람 중 한 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방송 토론 직전인 1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후보 한 명을 유독 부각하는 트윗을 올렸다. 버니 샌더스가 주인공. 트럼프 트윗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에서 공화당 선거 유세 중이다. 이란 미사일 사태가 한창인 와중에서 대선 관련 일정은 되도록 챙기는 분위기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에서 공화당 선거 유세 중이다. 이란 미사일 사태가 한창인 와중에서 대선 관련 일정은 되도록 챙기는 분위기다. [AFP=연합뉴스]

“와우! 미친 버니 샌더스가 여론조사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무위(無爲ㆍDo Nothing)당 적수들을 상대로 호전 중이다. 자 그럼 이건 뭘 의미할까? 계속 지켜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치 수단인 트윗을 통해 굳이 샌더스 상원의원에 주목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그는 민주당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당’이라고 조롱하고 샌더스를 ‘미쳤다’고 단정 지으면서도 그가 약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 구도의 틈새를 파고들어 균열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주목하며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주목하며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샌더스는 급진 좌파 성향을 한결같이 보여왔다. 대형 금융회사들을 해체하고,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하고 무상교육을 확대하자는 게 그의 정책 골자다.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젊은 층에서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3억3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인구의 표심을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다.

현재 민주당의 선두주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바이든은 샌더스보다는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 중도층을 껴안을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김 선임연구위원은 13일 통화에서 “현재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마음 둘 곳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샌더스와 같은 급진 좌파 후보와 다른 후보들 사이의 틈이 커지고 있어 민주당 내 분열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이 아닌 샌더스에 주목하는 트윗을 날리고, 뉴스를 만들어줌으로써 바이든의 입지를 약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로 79세인 샌더스는 지난해 10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스텐트 삽입 수술까지 받았다.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로서는 급진 좌파이자 건강 이슈까지 있다는 점이 뚜렷한 공격 포인트가 된다.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나란히 선 주요 주자들. 왼쪽부터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민주당은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경선에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나란히 선 주요 주자들. 왼쪽부터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민주당은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경선에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샌더스가 약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돈이 말해준다. 샌더스는 지난해 4분기에 3450만 달러(약 398억 8200만원)를 모금했다. 민주당의 현재 경선 주자 14명에게 기부금이 갈리는 것을 보면 특기할 만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의 유일 후보인 트럼프가 4600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논설위원인 폴 라일리는 이를 두고 “버니 샌더스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내용의 칼럼도 게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여전한 선두주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워싱턴포스트와 입소스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선두를 달렸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유색 인종 사이에서 4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샌더스가 2위를 했지만 20%에 그쳤고,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도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9%),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4%)으로 미미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현재로선 민주당 경선의 선두 주자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현재로선 민주당 경선의 선두 주자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선 그러나 뚜렷한 ‘한 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소속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카드가 없고, 그래서 경선 레이스가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민주당이 분열 때문에 사실 많이 어렵다는 게 워싱턴 현지 분위기”라며 “아이오와 코커스가 지나도 누가 후보가 될 지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 경우 눈여겨봐야 할 시점은 3월 3일로 예정된 ‘슈퍼 화요일’이다. 대통령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대의원을 가장 많이 선출하는 날이다. 제임스 김 선임연구위원은 “슈퍼 화요일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올해 중반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까지 경선 후보 선출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미국 후보 경선 일정은 2월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2월 22일 네바다 코커스→2월 29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3월 3일 슈퍼 화요일로 이어진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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