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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선거자금 선두 제각각…14명 뛰는 미 민주당 경선 안갯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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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현영 기자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가 30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3일 누가 ‘왕관’을 거머쥘지 아직은 전세(戰勢)를 가늠하기 어렵다.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여전히 오리무중. 후보 13명이 중도 사퇴했지만, 아직도 14명의 주자가 뛰고 있다.

트럼프, 재선 도전 첫 탄핵 대통령 #대세론 없는 여론조사 1위 바이든 #2위 샌더스, 선거자금 모금은 1위 #첫 경선 아이오와주 1위 부티지지

공화당 최대 변수는 트럼프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다. 상원(100석)은 공화당이 다수 의석(53석)이어서 탄핵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탄핵 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느냐, 트럼프에게 얼마나 타격을 주느냐에 따라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상원으로 넘기지 않는 이유가 탄핵 이슈를 최대한 오래 끌기 위해서라는 게 공화당 주장이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부터)이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경선 에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부터)이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경선 에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당분간 미 대선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 경선이다. 민주당 후보 경쟁력은 올해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가늠자다. 돌풍을 일으키며 트럼프 재선을 막느냐, ‘경제 호황’이란 막강한 무기를 쥔 트럼프에게 ‘4년 더’를 선물하느냐는 오롯이 민주당 후보에게 달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국 여론조사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빅 4’ 후보군을 이룬다. 절묘하게도 ▶전국 지지율 ▶선거자금 모금액 ▶첫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주 지지율 등 주요 지표마다 선두가 다르다. 민주당 표심이 한 곳에 모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78세 바이든은 지난해 4월 출마 선언 이후 거의 매일 전국 여론조사 선두였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며칠간 워런에게 선두를 내줬을 뿐이다. 트럼프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서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지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서 특혜를 받았는지가 논란이 됐을 때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회복했다.

바이든이 1위를 달릴 때 2위는 샌더스에서 워런, 부티지지, 다시 샌더스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선에서 바이든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한 확실한 적수가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된 하버드-해리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지지율 30%로 2위 샌더스(17%)에 13%포인트 앞섰다. 격차를 더 벌렸다.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을 유일한 사람’이란 전략이 통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분석했다. 2016년 트럼프가 쓸어간 백인 노동자 표와 민주당 지지 기반인 흑인 표를 모을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지지율 고공 행진이 얼마나 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첫 경선 주인 아이오와와 두번째인 뉴햄프셔에서 특히 낮은 지지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18.8%로 3위에 그쳤다. 부티지지(22%)와 샌더스(20%)가 1, 2위를 차지했다. 초기 경선 주에서 상위에 들지 못하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압도적인 전국 지지율에도 ‘바이든 대세론’이 없는 이유다.

미국 민주당 경선

미국 민주당 경선

지지율 2위인 79세 샌더스의 선거자금 모금액은 민주당 선두다. 지난해 4분기 3450만 달러(약 402억원)를 모았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누리는 트럼프 모금액(4600만 달러)의 75%에 이른다. 선거자금은 후보에 대한 지지뿐 아니라 선거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샌더스는 진보 아이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의 지지 선언 이후 상승세다. 올해 31세인 오카시오-코르테즈와 79세인 샌더스가 함께 세몰이를 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샌더스의 정책이 미국 전체로 보면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샌더스가 아이오와·뉴햄프셔에서 1등을 해도 민주당 지도부는 그가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할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본선에서 트럼프에게 질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워런(71)은 지난해 하반기 최고 관심 후보였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진보 경쟁자 샌더스가 심근경색 치료로 주춤할 때 전국 1위에 올랐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부유세 도입 등 그의 급진적인 공약은 비판받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은 재원 마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 임기 3년 차 이전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서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고학력 백인 지지층이 부티지지 쪽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티지지(38)는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주 1위, 뉴햄프셔 2위가 든든한 자산이다.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29세에 시장에 당선, 33세에 재선됐다. 정치적으로 중도를 지향한다. 진보층에 호소력이 있으나 보수 백인과 흑인 표 결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정당 대선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2018년 6월 남성 파트너인 체이슨 글레즈만과 결혼했다.

지난해 11월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늦게 합류한 마이클 블룸버그(72) 전 뉴욕시장은 이번 대선의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4개 주 경선을 포기하고, 16개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세웠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다. 정치 광고에 돈을 쏟아부어 이름을 각인시킨 뒤 성공한 백만장자이자 12년 뉴욕시장 경험을 앞세워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