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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성범, 중앙지검 떠나기전 靑 겨눈 수사 반부패부 배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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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배성범(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0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 이임식 전에 경찰이 검사에 대한 ‘세평(世評)’을 수집하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건을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에 배당했다. 지난해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창 2명을 구속시킨 정보경찰 사건과 구조가 비슷한데도 공공수사부(옛 공안부)가 아닌 반부패수사부에 배당한 건 이례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에서 번번이 부딪혔던 검찰-청와대가 전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11일 검찰 관계자는 “배성범 지검장이 오전에 결재하고 중앙지검을 떠났다”며 “공공수사부는 울산 하명 사건을 맡고 있고, 나머지 반부패수사부는 조국 전 장관 일가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배 지검장은 12일 자정까지는 서울중앙지검장 권한을 갖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반부패수사부가 전방위 수사력을 발휘하는 만큼 청와대와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이임식에서 “이룬 것은 작고 남은 짐은 커 보여 떠나는 입장에서 미안함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임식 15분 만에 준비된 원고를 읽고, 직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관용차를 타고 중앙지검을 떠났다. 배 지검장은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 때 고검장으로 승진해 13일부터 법무연수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배 지검장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했다. 윤석열(61·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보다 나이는 적지만 윤 총장처럼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한 뒤 합격해 연수원 동기 인연으로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전해졌다.

13일부터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는다. 법조계에서는 “이 국장이 윤 총장 앞에서는 말을 듣는 척하고 중앙지검 내에서는 수사에 관심이 없는 척 지연 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밑에서도 중앙지검 검사들 주장이 강해 대검 간부들과 사사건건 붙었다”며 “이성윤 국장이 수사 방향을 고의적으로 틀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이 겉으로 드러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변호사도 “범죄 사실이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하는 검찰 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성윤 국장보다 더한 사람이 오더라도 수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범 “이룬 것은 작고 남은 짐은 커 보여” 이임사 직후 떠나

자유한국당이 검사 인사검증 목적으로 경찰이 세평을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건 위법이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고발한 사건을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허정)가 맡으면서 경찰청‧청와대를 향한 전방위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허정(50·사법연수원 31기) 부장검사는 2018~2019년 광주지검 특수부장을 맡아 윤장현 전 광주시장 채용청탁 의혹과 화순군 공무원 뇌물비리 사건을 지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2020년 검찰동우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2020년 검찰동우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 압수수색 4번쨰…추가 가능성도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번 정부 들어 4번째 진행됐다. 이번 사건이 반부패수사부에 배당됨에 따라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10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해 청와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압수할 물건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해 무산됐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검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에 대해 청와대 요구처럼 세부적으로 특정해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일 오후 5시 30분 대검찰청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보직 변경 신고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짧은 신고식 발언에 윤 총장의 고민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신고식을 통해 “진행 중인 중요사건에 수사‧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 드린다”며 “공정한 (4월) 총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에 근무를 하러 가시는 분들은 객지에서 각별히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전했다.

윤 총장은 이후 오후 6시 30분 대검찰청 옆 건물인 별관 2층 식당에서 열린 검찰동우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김각영‧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후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검사 1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민상‧이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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