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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도 돼지열병 폐사 멧돼지…숫자도 계속 느는데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와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 [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와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 [연합뉴스]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 폐사한 야생 멧돼지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새해 들어 8일까지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는 모두 11마리로 늘어났다.

특히, 8일에는 경기도 파주·연천과 강원도 철원에 이어 강원도 화천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도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ASF가 늘고 있고, 발병 지역도 확대되는 추세다.

기존 발견지점에서 동쪽으로 20㎞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화천에서 각각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자료 환경부]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화천에서 각각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 6일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군부대 내 전술도로 주변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를 조사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풍산리 지점은 민통선 내에 위치한 군부대이고, 지뢰지대가 많은 산악지대로서 외부인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이 지점은 지난해 10월 16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철원군 원남면 죽대리와는 남동쪽으로 12.6㎞ 떨어진 곳이다.
기존 발견지점과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지만, 20일 미만인 잠복기를 고려하면 3개월 전의 발견지점은 큰 의미가 없다.
또, 철원군 서면 와수리의 발견지점에서는 동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와수리에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것도 지난달 6일이어서 이미 한 달이 지났다.

최선두 환경부 ASF총괄대응팀장은 "철원이나 화천지역에서는 감염된 멧돼지 사체가 더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뢰 지역이 많고 산악지역이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천 지역 멧돼지들 사이에서 ASF가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이번에 발견된 지점도 북한강과 광역 울타리로 차단돼 있어 동쪽 양구지역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역 울타리 외에도 파주 2곳, 연천 3곳, 철원 1곳 등 폐사체 발견지점을 두르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추가 설치도 진행되고 있다.

10일 단위로는 가장 많은 11마리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폐사한 멧돼지 [사진 환경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폐사한 멧돼지 [사진 환경부]

8일까지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 발견은 모두 66건으로, 연천이 26건으로 가장 많고, 파주가 22건, 철원 17건, 화천 1건 등이다.

새해 들어 발견된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는 모두 11마리로 지난해 10월 3일 연천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10일 단위(바이러스 확진일 기준)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중순 9마리, 10월 하순 7마리, 11월 초순 5마리, 11월 중순 2마리, 11월 하순 9마리, 12월 초순 7마리, 12월 중순 7마리, 12월 하순 6마리다.

11월 초순과 중순에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11월 하순부터 감염된 폐사체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최 팀장은 "감염된 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고, 그 안에서는 야생 멧돼지끼리 병을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ASF가 발병했던 체코에서도 10개월 동안은 울타리 안에서 야생 멧돼지끼리 감염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최소한 4개월 이상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되지 않아야 ASF가 종식된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경우 ASF가 발생한 곳이 접경지역이다 보니 지뢰지대도 있고, 험준한 산악지역이어서 야생 멧돼지 사이의 전파도 1년 이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감염 멧돼지 철저한 차단이 중요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야생 멧돼지가 계속 ASF에 감염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해도 감염지역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지역 야생 멧돼지가 희생될 수도 있고, 사육농가에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화천군 풍산리 멧돼지 사체 발견지점에서 반경 10㎞ 이내에 위치한 양돈농가 1곳에 대해 8일 이동제한 조치했다.
또, 가축방역관을 파견해 정밀검사와 소독 등 방역하도록 했다.

아울러 포천·동두천·고양·양주·철원·인제·화천·양구·고성 등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9개 시·군 내 모든 양돈 농가에 대해서는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뿌리고, 야생 멧돼지 기피제를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최 팀장은 "울타리가 설치된 지역에서는 총기를 사용한 멧돼지 포획도 진행하고 있는데, 멧돼지가 울타리를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 내에서 주변부터 중심으로 좁혀가며 포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마구잡이 멧돼지 포획 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살처분과 포획 등의 방역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마구잡이 멧돼지 포획 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살처분과 포획 등의 방역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과도한 멧돼지 포획에 대한 동물보호단체 등의 일부 우려가 있으나, 접경지역에서는 비상 방역 차원에서 포획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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