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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돈 많은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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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오고 '섹스 앤 시티'의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이 연출했다. 그렇다면 '프렌즈'와 '섹스 앤 시티'의 중간쯤 될 것이라고? 아니, 두 작품의 장점을 모았고 어떤 점에서는 둘을 합친 것보다 더 재미있다. 영화 '돈 많은 친구들(Friends with Money)'얘기다.

우선 제목에 '돈'이 들어갔다. 그만큼 현실적인 주제를 더 솔직하게 그렸다는 뜻이다. '섹스 앤 시티'에서 섹스.소비.돈.속물근성 같은 현대 여성의 관심사를 가감없이 다뤘던 감독은 "돈 문제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겉으로는 돈에 초월한 듯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돈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작정한 사회드라마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프렌즈'나 '섹스 앤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톡톡 튀는 수다 화법을 구사한다. 그러나 성공한 두 친구가 파출부 신세인 다른 친구를 '염려'하며 "만약 우리가 지금 만났더라면 친구가 됐을까" "아니"라고 주고받는 장면에는 뒷골 당기는 서늘함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흔 줄에 접어든 네 여자친구다. 올리비아(제니퍼 애니스턴)는 전직 교사지만 지금은 가정부로 일한다. 한때 사귄 유부남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곁을 맴도는 딱한 싱글이다. 나머지 세 친구는 결혼했고 형편도 훨씬 낫다. 부자 남편을 뒀거나 아니면 스스로 성공했다. 그녀들의 결혼반지는 올리비아에게 권력의 증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디자이너 제인(프랜시스 맥도먼드)은 끊임없이 히스테리를 부리고, 작가 크리스틴(캐서린 키너)은 이혼위기를 겪는다. 겉보기에는 가장 문제없어 보이는 전업주부 프래니(조앤 쿠섹)는 알고보면 진짜 속물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개막작인 영화는 자잘한 일상, 살아있는 캐릭터와 감칠맛 나는 대사, 이 세 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지며 TV시트콤적 위트와 신랄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호연도 눈부시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그간 얼마 안 되는 출연작에 최고 기량 작품을 추가했다. 실연당하고 추레한 극중 올리비아를 보면서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에게 브래드 피트를 빼앗긴 애니스톤의 실제 상황이 묘하게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피고'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카포티'의 캐서린 키너, '스쿨 오브 락'의 조앤 쿠섹의 앙상블도 멋지다. 28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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