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중·대우조선 M&A에 찬물…“2차 심층심사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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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세계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일본 등에서 “시장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서다.

EU 30년간 7%만 1차 통과 못해 #싱가포르도 2차 심사로 넘겨 #6개국 중 카자흐스탄만 승인 #현대중 “독과점 우려 소명할 것”

현대중공업(2018년 시장점유율 13.9%)과 대우조선(점유율 7.3%)의 합병은 세계 여섯 곳에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EU·중국·일본·싱가포르·카자흐스탄이다. 이 중 한 곳만 합병을 불허해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불발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카자흐스탄만 합병 승인 결정을 내렸다.

세계 조선업체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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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7일 “1차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차 심층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30년간 기업결합 심사 중 93%를 1차 심사에서 승인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합병 건을 2차 심사로 넘긴 것은 그만큼 까다롭게 보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1차 심사를 마친 싱가포르도 2차 심사에 들어갔다. 싱가포르에선 합병 신청을 받은 뒤 문제가 없으면 1개월 안에 합병을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도 만만치 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대우조선 합병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일본은 한국 조선업계에 대해 경계심이 강한 데다 지난해부터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더 강경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자금 지원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자국 조선업계의 ‘빅딜’을 추진 중이라 상대적으로 합병 승인을 받기가 수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EU나 싱가포르는 대형 합병 심사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일 뿐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 것에 대해선 2단계 심사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회사 측의 조직적인 자료 은폐 등 조사 방해 혐의가 불거졌다. 공정위가 법인과 임직원을 고발하면서 양측의 긴장도는 잔뜩 올라갔다.

조선업계에선 공정위가 M&A를 불허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심사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기업결합이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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