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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외교관 트윗 맞아요?···빨간 드레스 中대사의 파격 행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팔주재 중국대사 허우옌치(侯艶琪)가 2019년 마지막 날 날린 트윗이 네팔과 중국은 물론 베이징 외교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트윗 내용이 근엄하고 딱딱하며 지극히 관료적인 중국 외교관 이미지를 확 바꾸는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020년 네팔 관광 홍보하는 트윗 날리며 #대사가 시선 확 끄는 빨간 드레스 차림에 #‘요염한(?)’ 파격적 포즈까지 취해 화제 #중국 외교부,‘대변인’ 트위터 계정 만들어 #"판다가 흰머리수리보다 평화적" 주장도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해 12월 31일 날린 트윗은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첨부한 사진 네 장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여겨지며 큰 화제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해 12월 31일 날린 트윗은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첨부한 사진 네 장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여겨지며 큰 화제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는 1970년 산시(山西)성 칭쉬(淸徐)에서 태어나 70년대생 외교관을 뜻하는 ‘70후(後)’ 중국 외교관의 선두 주자로 불린다. 지난해 1월 네팔에 대사로 부임한 그는 지난 12월 31일 ‘2020 네팔 관광의 해’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는 트윗을 보냈다.

영어와 네팔어로 쓴 허우 대사의 트윗 내용은 간단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마음을 흔든다. 아름다운 네팔의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 수려한 풍광은 여행 가치가 충분하다. ‘2020년 네팔 관광의 해’가 성공하기를 축원한다”고 적었다.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네팔 카트만두의 명승고적을 찾는 모습을 트윗에 첨부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네팔 카트만두의 명승고적을 찾는 모습을 트윗에 첨부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글은 평범한 데 첨부한 사진 넉 장이 화제가 됐다. 대사 자신이 시선을 확 끄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여러 명승고적을 찾아 대사와 같은 고위 외교관이 취하기 어려운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관광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 사진에 네팔이 흥분했다. 네팔의 관광문화항공부 장관인 요게스바타라이가 바로 “대단히 감사하다”는 댓글을 올리는 등 네팔의 네티즌이 순식간에 수천 개의 감사와 칭찬의 뜻을 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우옌치 대사는 1970년생으로 중국 외교관 중 70년대 태어난 '70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대사는 1970년생으로 중국 외교관 중 70년대 태어난 '70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중국 인민망 캡처]

그도 그럴 것이 네팔은 2015년 4월 25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화를 겪었다. 올해를 관광의 해로 잡은 건 대지진 5주년을 맞아 이젠 그 상처에서 벗어나자는 의지의 표시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2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허우 대사의 트윗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건 네팔을 찾는 관광객 중 중국인은 두 번째로 많은 데 중국에선 허우 대사의 트윗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그런데도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은 허우 대사의 트윗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홍보를 위해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홍보를 위해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 대사의 트윗이 베이징 외교가의 주목을 받는 건 중국 외교의 최근 변신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에선 트위터 사용을 엄금해 정보 통제에 나서면서도 해외에선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 이미지 제고와 서방의 중국 비판에 맞서는 무기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마치 트윗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 외교는 최근 트윗 이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영국 BBC 중국어 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외교관이나 대사관, 영사관 이름을 가진 트위터 계정이 현재 55개에 달한다.

이중 지난해 새로 개설된 계정이 32개다. 중국 외교가 2019년 들어 적극적인 트위터 활용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엔 중국 외교부가 직접 ‘Spokesperson 대변인 판공실’이란 계정을 만들어 12월 초부터 영문 트윗을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대변인 판공실'이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트위터를 통한 중국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대변인 판공실'이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트위터를 통한 중국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우리를 쫓아 중국 외교를 더 많이 이해하자”는 구호도 걸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중순 “크다고 위협인가? 큰 판다가 흰머리수리보다 더 위협적이냐? 쿵푸판다는 두루 사랑을 받지 않는가”라는 트윗을 날렸다.판다는 중국을, 흰머리수리는 미국을 상징한다. 중국의 부상이 국제질서에 위협이 아님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점은 지난해 8월 자오리젠(趙立堅)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으로 발탁되며 예견된 사실이기도 하다.자오리젠은 중국 외교관 중 최고 인기의 인터넷 스타인 왕훙(网紅)이다. 2015년 5월부터 트위터를 사용해 20만 팔로워를 거느리며 하루 평균 15개의 트윗을 날린다. 지난해 7월 수잔 라이스 전 미국 유엔대사와 신장(新疆) 문제로 설전을 벌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허우옌치 대사는 네팔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자신이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트윗을 날렸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대사는 네팔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자신이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트윗을 날렸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 대사 중 트위터를 많이 이용하는 이는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대사와 류샤오밍(劉曉明) 주영 대사다. 서방에 의해 중국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트위터 사용에 나서고 있다.

허우옌치 대사의 파격적인 옷차림과 포즈는 중국 외교가 과연 어디까지 변신할지 관심을 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허우 대사는 줄곧 아시아 업무만 해 온 인물”이라며 “지나친 SNS 활동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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