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추미애 측근 ‘5자회동’ 수사…여, 개혁 흠집 시도 의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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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호 03면

3일 오전 취임식에 참석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취임식에서 추 장관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17차례나 언급하며 검찰 내부의 호응을 강력히 주문했다. [뉴스1]

3일 오전 취임식에 참석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취임식에서 추 장관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17차례나 언급하며 검찰 내부의 호응을 강력히 주문했다. [뉴스1]

낙마한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더 강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 주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예사롭지 않다. ‘울산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추 장관의 측근 정모(53)씨의 행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어서다. 정씨는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비서실 부실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정씨가 송철호 울산시장을 청와대 인사에게 소개해줬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2018년 송 시장이 당선되는 과정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중앙당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 선거개입 의혹’ 정모씨 소환 #추 장관 여당 대표 때 비서실 근무 #청와대 인사에게 송철호 소개 정황 #송철호·송병기, 청와대 행정관 등 #당시 함께 왜 만났는지 수사 확대 #선거 기획 논의 정황, 홈피에 나와 #정씨 “경력 관련 개인적 일” 부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2일 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에 앞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1일 추 장관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공모)로 검찰에 고발했다. 곽 의원의 고발 하루 만에 정씨가 검찰에 소환되자 민주당은 3일 논평을 통해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해서는 8개월 늑장 수사 끝에 뒷북 기소를 한 검찰이 추 장관에 대한 고발 건은 빛의 속도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곽 의원 고발장이 접수되기 전에 이미 정씨 소환 일정이 조율되어 있었다”면서 “정씨가 장 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에게 소개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수사해오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이 2일 임명될지도 몰랐고, 한국당이 1일 고발장을 접수할지도 몰랐으며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의 해명에도 여권 일각에서는 가족 비리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궁지로 몰고 간 검찰이 이번에는 추 장관의 주변 수사를 통해 그의 개혁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이 정씨를 주목하는 건 지난 2017년 10월 11일 이뤄진 ‘5자 회동’이 때문이다. 정씨는 이날 송철호 시장,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함께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강길부 의원실 보좌관도 참석했다. 검찰은 이날 만남의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정씨에게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서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보고서 내용도 거론됐다고 한다. 2018년 5월 산재모병원예비 타당성 조사 탈락 결과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송 부시장 측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장 행정관이 산재모병원 말고 공공병원으로 가자고 했다”고 한 것도 이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검찰은 청와대 등이 미리 산재모 병원 좌초 계획을 알고 송 시장 측에 일러준 게 아닌지 의심한다.

이에 대해 송 부시장 측은 “예타 보고서 내용은 울산시에서 당시 지역구 의원이던 강길부 의원 측에 보고했었고, 우리는 강 의원 측으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서 알고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송 시장 측과 접촉해 공약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건 문제가 없을까.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운동 기획 등에 관여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장 행정관 등은 “지역 현안을 챙기는 업무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자리를 주선한 건 추 장관 측근 정씨와 강 의원실 보좌관이다. 먼저 만남을 요청한 건 송 시장 쪽으로, 선거 공약인 산재모 병원 등에 관해 설명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이에 정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장환석 행정관을 소개하고 강 의원실 측에서 송 시장 등을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다.

“추미애 당시 대표나 민주당 차원에서 만남이 주선된 건 아니다”는 게 배석자들의 주장이다. 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울산시당 사무처장을 했던 경력 관련한 개인적 일이었을 뿐이다”며 “나는 당에서도 메시지 담당이었고 내가 대표에게 따로 무엇을 보고할 위치도 되지 않는다. 추 장관은 최근까지도 이 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도 말했다.

정씨가 청와대와 정당 인사들, 울산 지역 관계자들을 번갈아 만나며 선거 기획을 논의한 정황은 그의 홈페이지 일정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당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주광덕 의원은 3일 정씨의 2017년 일정을 공개했다. 2017년 9월 26일 일정표에는 ‘11:00 더민주 정당발전위원장 최재성 전 의원 면담’과 함께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내년 지방선거 대책 논의’라고 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7년 8월 출범한 정당발전위원회는 경선 룰, 공천심사 원칙 등을 논의했다. 이어 같은 날 ‘14:30 더민주 울산시당 직능위원장 면담- 내년 울산시장 선거 대책 논의’라는 일정이 올라와 있다. 저녁 일정으로는 ‘18:00 청와대 민정비서실 관계자 등과 만찬’이 쓰여 있다. 일정 중에는 송철호 시장과의 회동 일정도 있다. ‘10/11 송철호’, ‘12:00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오찬’, ‘내년 울산시장 선거 대비 지역 숙원사업 해결 대책 논의’라고 적혀 있다.이와 관련 주 의원은 “추미애 당시 당 대표 밑에 있던 사람이 하루 동안 경선 룰 등을 짜는 당내 핵심 인사를 만나고, 울산시장 선거 대책을 논의한 후 청와대 민정비서실 관계자를 만나는 일정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겠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라·현일훈·하준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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