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회장, AFP에 편지 “레바논 도피에 아내 역할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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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AP=연합뉴스]

일본에서 가택연금을 피해 레바논으로 몰래 도주한 카를로스 곤(65) 전 르노·닛산 회장이 2일(현지시간) 자신의 레바논행 과정에 가족 개입은 없었다고 AFP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곤 전 회장은 AFP에 보낸 짧은 성명에서 "내 아내 캐럴과 다른 가족이 나의 일본 출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언론보도는 거짓"이라며 "나는 혼자 출국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출국 소식이 전해진 후 나온 여러 추측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레바논 언론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해 일본을 탈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들고 온 악기 케이스에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또 곤 전 회장의 전체적인 탈출 계획은 아내인 캐럴이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떠나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자가용 비행기에 캐럴과 곤 전 회장이 함께 타고 있었다는 내용도 나왔다.

보수 축소 신고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 만인 작년 3월 1차 보석 결정을 받고 도쿄구치소 문을 나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청색 모자 쓴 사람) [연합뉴스]

보수 축소 신고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 만인 작년 3월 1차 보석 결정을 받고 도쿄구치소 문을 나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청색 모자 쓴 사람) [연합뉴스]

그러나 곤 전 회장이 레바논 도주를 혼자 계획했다고 밝히며 도주 과정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NHK는 이날 곤 전 회장 측 관계자를 인용해 "곤 전 회장은 프랑스로부터 2권의 여권을 발급받았고 이 가운데 1권을 법원의 허가를 받고 자물쇠가 달린 케이스에 넣은 상태로 휴대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곤은 일본에선 무단 출국했지만 레바논에는 적법한 절차로 입국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그가 사전에 레바논 당국과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곤 측은 레바논 정부와의 관련성도 부인한 상태다. 곤의 변호인은 "(입국 경위는) 개인적인 문제"라며 "(여권을 이용한) 합법적인 입국으로 레바논의 수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겨우 미디어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몸이 됐다"며 일본을 출국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일본의 '정치적 박해'로 부터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레바논·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다. 곤 전 회장이 일본 사법당국을 피해 레바논으로 도주하면서 일본과 프랑스·레바논의 갈등도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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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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