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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태양광’ 중국산 부품 들통···정부 “전기생산 문제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경기도에 사는 정모 씨는 지난 3월 자신의 가평 농지(4635㎡)에 태양광 발전소(97kW 급)를 설치했다. 공사는 녹색드림협동조합이 했다. 총 공사비는 1억6000만 원이었는데 이 중 7200만원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태양광에 대한 정부 지원의 일환이었다.

이후 지난 8월 에너지공단 직원이 현장 점검을 나갔는데 검사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공단에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낸 문서와 실제 설치된 부품이 달랐다. 당초 문서에는 국산 모듈(Q.Peak L-G4.1 365)을 쓴다고 했지만, 현장 확인 결과 중국산 유사 제품(Q.Peak L-G5.1 KR1 365)을 사용 중이었다.

녹색드림 측도 중국산 부품 사용 사실을 인정했고 에너지공단은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환수를 통보했다. 부정 수령으로 본 것이다.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인 허인회씨[연합뉴스]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인 허인회씨[연합뉴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일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위반 사례의 일부다. 에너지공단 측은 “유사 위반 사례가 더 있는지 실태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녹색드림 대표 겸 이사장이었던 허인회씨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6ㆍ17대 총선에 각각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친여(親與) 정치인 출신 사업가다. 허 전 대표는 녹색드림을 운영하면서 직원 40여명에게 수년간 월급을 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지난 27일 서울북부지법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기도 했다.

녹색드림에 대한 대출금 환수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건은 이후 봐주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유섭 의원실에 따르면 태양광을 설치한 정씨 측이 대출금 환수 통보에 이의를 제기하자 에너지공단은 내부심사를 통해 녹색드림이 중국산 설치로 얻은 이익분 약 200만원만 환수하기로 했다. 중요 설비 부품을 교체한 것은 문제지만 중국산 제품으로도 태양광 전력을 얻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뉴스1]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뉴스1]

정 의원은 “이번 사건은 허인회 전 대표의 태양광 업체가 중국산 부품을 몰래 설치하고 정부 돈까지 ‘꿀꺽’ 한 위반 사건”이라며 “법적 제재에 나서야지 어떻게 중국산이라도 전기만 나오면 문제될 게 없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공단은 업체 봐주기 의혹에 대해 “허 대표가 있는 태양광 업체라서 그렇게 조치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공단은 “수혜자의 귀책이 적고 중요 내용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모델 변경의 차액 만큼만 회수한 것”이라고 정 의원실에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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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중국산 부품 사용은 태양광 업계에 만연한 골칫거리다. 정 의원 측이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산하 발전 5개사가 태양광 전기 구입 계약을 맺은 사업자 1만372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헐값의 중국산 부품 사용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준공이 완료된 발전소 1만2280곳 중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발전소는 2112곳으로 17.1%였다. 정 의원은 “국내 제품이 없으면 모를까 있음에도 저가 중국산을 쓴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가 그 심각성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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