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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임금체불 '운동권 대부' 허인회 영장 기각···피해자들 탄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체불 혐의를 받는 허인회(55) 전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27일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법 정상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근로기준법위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허씨에 대해 "피의자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미지급 임금, 퇴직금의 지급 및 피해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며 이같이 결정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영장청구 대상 근로자 36명 중 26명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 서면이 제출되었는데, 본건은 피해 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과 심문내용 및 수사의 진행경과, 기록에 비추어 검사가 지적하는 사정이나 증거들만으로는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태양광 업체인 녹색드림을 운영하면서 직원 40여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5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허씨는 임금체불 혐의 외에도 현 정부 들어 각종 태양광 사업 특혜를 입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허씨의 자금 흐름을 쫓는 검찰 수사가 현 정부의 대형 권력형 비리를 겨눌 가능성이 언급된 이유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가 임금체불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검찰이 내용을 보강해 다시 영장을 청구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허씨 측 “임금 체불에 고의성 없어” 법정서 변론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허씨는 법정에서 “임금은 변제하고 있으며 임금 체불에 고의성은 없었다”고 변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임금체불이 상습적이었으며 지금도 이뤄지고 있고, 허씨가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는데도 채용을 반복했으니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허씨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허씨 측 최재웅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수입이 없었고, 통장 가압류가 들어와 지불수단이 없어 임금을 주지 못했다”며 “임금 체불에 고의성이 없었고, (5억원 정도의 체불임금 중) 다 갚은 상태이며 2억원가량이 남아 충분히 변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씨가 전날 영장심사를 하루 앞두고 임금체불 당사자들에게 해결을 약속하고,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임금 체불된 분들도 허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며 “허씨가 문제없이 갚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합의서를 써줬다”고 강조했다.

임금체불 외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 변호사는 허씨가 체불 임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횡령에 의해서 체불했다거나 돈을 다른 곳에 쓴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고 태양광 산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허 대표가 태양광 사업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불법하도급 혐의에 대해서도 “저희는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짧게 답했다.

경찰, 태양광 사업 불법 하도급 의혹 수사 중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임금체불 혐의와 별건으로 불법 하도급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태양광 사업의 하도급과 명의 대여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녹색드림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소형 태양광 발전 집광판 8300여장 중 약 5500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등에 불법 하도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대표적 학생운동 단체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삼민투) 위원장을 지내며 운동권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16·17대 총선에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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