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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여러분 고객이 두렵지 않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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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지만 그런 감동도 잠시. 현대차 노조의 파업 소식은 공장 견학 때 봤던 근로자들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특히 신형 아반떼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고객의 입장으로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파업 중에 차를 구입하면 결함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도 있고 해서 오랫동안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간의 울타리가 사라진 무한 경쟁 체제 속에 각국의 기업들은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기업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 노조는 같은 지역에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역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한때 강성 투쟁의 상징이었으나 이젠 회사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든든한 후견인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선박을 발주하는 고객들에게 노조가 직접 나서 납기일을 지키겠다고 보증각서를 써주는 등 노사 상생의 합리주의 노선을 추구한 덕택에 현대중공업은 지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고객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일삼는 기업에 신뢰를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듭 말하지만 고객의 사랑이 떠난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