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768. 널부러진(?) 술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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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널부러지다'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표기법상으로는 잘못이다. 두 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너저분하게 흐트러지거나 흩어져 있는 모습을 표현할 때 "방에는 빈 술병과 먹다 만 안주들이 널부러져 있었다"처럼 잘못 쓰는 것이다. 이때는 '널브러지다'를 써서 '안주가 널브러져 있었다'로 하는 게 맞다. 한편 '널브러지다'에는"마라톤을 완주한 선수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앉아 있다"같이 '몸에 힘이 빠져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축 늘어지다'라는 뜻도 있다.

또 하나는 "널부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이 피 냄새에 섞일 뿐 집 안은 적막에 덮여 있었다"(조정래의 '태백산맥' 중에서)처럼 '힘없이 너부죽이 바닥에 까부라져 늘어지다, 죽어서 넘어지거나 엎어지다'라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너부러지다'를 써서 '너부러진 시체들'이라고 하는 게 맞다.

한규희 기자

지난 기사는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 (https://www.joongang.co.kr/korea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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