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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 '연말 불꽃놀이'도 사라졌다, '관광 절벽' 직면한 홍콩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 [EPA=연합뉴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 [EPA=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꼽히는 연말 불꽃놀이를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대규모 시위를 우려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축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12월 31일 열리는 불꽃 축제는 연말 홍콩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행사다. 불꽃 축제 때 홍콩 빅토리아 하버 인근 바다에는 바지선이 늘어서고, 배들이 쏘아올린 화려한 불꽃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이 행사에 쓰인 비용만 1400만 홍콩 달러(약 21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불꽃놀이가 취소된 것은 행사가 시작된 후 10년 만에 처음. 홍콩 관광청은 “불꽃놀이가 열리면 수많은 인파가 항구에 모여드는데,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춘절 퍼레이드 이어 연말 불꽃 축제도 취소  

홍콩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로 홍콩에서 취소된 행사는 연말 불꽃 축제뿐이 아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국경절 불꽃놀이 축제도 시위를 우려해 취소됐다. ‘우산 혁명’이 벌어진 2014년 이후 5년 만이었다. 10월 31일로 예정됐던 국제 와인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과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음악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도 취소됐다.

중국의 설에 해당하는 춘제를 기념해 침사추이 지역에서 매년 여는 퍼레이드도 내년엔 소규모 축제로 끝낼 예정이다. 침사추이가 홍콩 시위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홍콩 춘제 퍼레이드는 행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홍콩 방문객 수 절반으로 '뚝'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은 26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6% 감소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극성을 부리던 2003년 4월 이후 16년 만에 맞는 ‘관광 절벽’이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지난달 홍콩 행 여객편 승객 수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홍콩 경제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 관광업과 관련된 여행, 요식업계는 실업률이 급증했다.

홍콩 요식업계 실업률은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9~11월 홍콩 요식업계 실업률은 평균 6.2%다. 여행업계 실업률은 5.2%로 3년 만에 최고치다.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홍콩에서 연말 행사까지 잇따라 취소되면서 홍콩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초안을 발표한 4월 이후 홍콩에서 유출된 자본이 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50억 달러는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해당한다.

다만 영란은행은 9월부터 홍콩의 자본 유출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지난달엔 자본이 유입되는 상태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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