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드하트, 브리핑 자청 "50억 달러 요구 아니다, 합의액 다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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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사진은 한국 측 정은보(오른쪽) 수석 대표와 미국 측 드하트 수석 대표.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사진은 한국 측 정은보(오른쪽) 수석 대표와 미국 측 드하트 수석 대표. [연합뉴스]

미국이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게 요구했던 50억 달러(약 5조8425억원)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50억 달러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부자 나라”라며 요구했던 금액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제임스 드하트는 18일 한국 기자단에게 “중요하게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그 수치(50억 달러)는 오늘의 협상에서의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초기에 제시한 50억 달러보다 낮은 수치를 제안했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18일 서울서 5차 방위비 협상 뒤 기자회견 #초기 제안 50억 달러서 소폭 조정된 듯 #'사드 운영 비용 포함' 질문에 부인 안 해 #외교부 "美 기본 입장은 그대로" 반박

그러나 미국이 내년에 이어질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폭 고려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은 소폭 하락 정도로 여전히 40억 달러 대의 총액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원칙적으로 미국이 처음 제시한 총액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드하트 대표는 이날 기자단에 “우리는 (한국의 입장을) 경청했고, 조정을 해왔으며 타협을 해왔다”며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때 수치(총액)는 우리의 초기 제안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드하트 대표가 먼저 요청해 서울 남영동 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됐다. 50억 달러 요구에 대한 한국 내 여론 악화를 의식한 제스처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한 강력히 희망했던 것으로 파악됐던 연내 타결 역시 무산됐다. 외교부는 18일 다음 번 회의가 내년 1월 중 미국에서 개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드하트 대표 측과 서울에서 진행한 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5차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됐음을 알렸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내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내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미국의 이같은 표면적 입장 변화는 한국이 최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하기로 한 것과도 맞닿아 있을 수 있다. 앞서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내년 1월 중 파병을 위한 연락 장교를 파견하고 2월 중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드하트 대표는 “그 문제는 SMA 협상의 맥락 밖에 있는 문제로, 회담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의 대규모 무기 구매와 관련해서도 “방위비 분담 맥락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고려 사항이긴 하지만, 많은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지뢰는 여전히 남아있다. 드하트 대표는 기자단에게 “SMA 틀 내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도 한국이 분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내용이다. 외교부는 이날 협상 후 보도자료를 내고 “(협상은) SMA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중략)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수용 가능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드하트 대표는 또 “(SMA 틀 내에 미포함된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길 바라는 것) 가운데는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는 물론, 한국이 아직 갖추지 않은 보완전력에 대한 비용도 있다”며 “일부는 (비용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운용 비용을 암시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단이 “사드 운용 비용을 포함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드하트 대표는 부인하지 않고 “한국 방어와 직결된 비용들”이라고만 말했다. 공은 다음달 미국에서 열릴 6차 회의로 넘어갔다.

이날 5차 회의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찬을 겸해 진행된 뒤 3시30분쯤 끝났다. 전날 회의도 5시간 정도 진행됐다. 한ㆍ미는 그간 서울ㆍ하와이ㆍ워싱턴을 오가며 5차례의 협상을 했지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첫 협상에서 기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항목에 더해 준비태세(readiness) 항목 신설을 요구하면서 총액 기준 50억 달러 상당을 한국 측에 요구했다. 9월 말 서울에서 열린 3차 협상은 미국 측의 결렬 선언으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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