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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웹툰도 AI가 바로 번역하는 시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이일재 광운대 영어산업학과 교수가 번역서비스 기업 에버트란과 함께 개발한 'AIKE'를 보여주고 있다. 법과 조례 등 법조문을 AI를 통해 번역하는 시스템이다. [사진 광운대]

이일재 광운대 영어산업학과 교수가 번역서비스 기업 에버트란과 함께 개발한 'AIKE'를 보여주고 있다. 법과 조례 등 법조문을 AI를 통해 번역하는 시스템이다. [사진 광운대]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번역기가 엉뚱한 단어를 선택하거나 어색한 번역문을 내놓는 일이 잦다. 학계와 기업에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번역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기계번역 전문가 이일재 광운대 교수

이일재 광운대 영어산업학과 교수도 그 중 한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번역서비스 기업 에버트란과 함께 AI를 이용해 법령을 영어로 번역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난해한 용어가 많아 전문 번역가에게도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는 법조문을 AI가 순식간에 번역하도록 했다. 지난 11일 광운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산업혁명으로 노동이 바뀐 것처럼 AI가 번역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AI가 사회문화적 맥락을 알아야 해석가능한 법조문을 번역하나. 
“기계는 ‘아침에 아침 먹는다’는 문장에서 ‘아침’이 시간인지, 식사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학습을 시켜주면 어떤 상황에서 ‘아침’이 식사라는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1년간 법령 데이터를 계속 학습시켰다. AI가 해놓은 번역을 사람이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점차 번역의 질을 높였다. 지금은 이해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 됐고, 번역가가 사후 검정을 해주면 더욱 질 높은 문장이 나올 수 있다.”
사람이 AI를 가르치는 셈인데.
“그렇다. 이상한 표현만 찾아주면 되기 때문에 약간의 영어 능력을 갖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리 팀에는 학부 1학년부터 은퇴자, 경력 단절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자기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AI 번역을 검수하고 수고비도 받는다. 학생들에게는 영어 학습인 동시에 학비를 버는 아르바이트가 됐다.”

광운대는 지난달 ‘하루에 책 한권 번역하기’ 이벤트를 열고 AI를 활용해 300쪽 분량의 책 한권을 6시간 만에 번역해냈다. 정부·기업에서 급박하게 대량의 문서를 번역해야 할 때를 가정한 실험이었다.

광운대에서 열린 '하루에 책 한권 번역하기' 이벤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번역을 하고 있다. [사진 광운대]

광운대에서 열린 '하루에 책 한권 번역하기' 이벤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번역을 하고 있다. [사진 광운대]

AI 번역은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중요한 정부 공문서를 즉시 외국 언어로 번역한다거나 해외 각국의 신문기사, 공문서를 매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웹툰처럼 매일 나오는 콘텐트도 곧바로 번역해 수출할 수 있다. AI 번역은 기존 번역보다 비용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번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번역 주도권이란 게 뭔가.
“예를 들어 한복, 태권도를 제대로 번역하려면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한국어 번역을 다른 나라가 주도한다면 한복은 '코리안 기모노', 태권도는 '코리안 가라데'로 번역될수 있다.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발전하면 나중엔 영어 공부할 필요가 없나. 
“모국어로 말하면 번역 기술을 통해 상대방의 모국어로 전달되는 시대가 된다. 나도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전 국민이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영어 능력을 갖춘 사람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번역 프로그래머, 기계번역사 등 새로운 직업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광운대는 기존 영문학과를 올해부터 영어산업학과로 바꿨다. 영어를 기반으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교육을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의 AI 번역 프로젝트뿐 아니라 게임 등 문화콘텐트 창작, 영어교육 콘텐트 창작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시대가 바뀌는데 인문학이 하던 대로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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