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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효과’…저소득층 근로소득 줄었는데 빈부격차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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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 재정 투입 덕분에 소득 양극화가 완화했지만, 상·하위 계층의 순자산 불평등은 악화했다.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격차를 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당 평균소득 5828만원 2%↑ #부동산은 ‘부익부 빈익빈’ 가속 #상위 20% 자산, 하위 20%의 7.2배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3191만원, 부채는 7910만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2.7%, 3.2% 늘었다. 이에 따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 자산은 1년 전보다 2.7% 증가한 3억5281만원이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은 5828만원으로 2017년 평균 소득(5705만원) 대비 2.1% 늘었다.

소득 높을수록 늘어난 자산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득 높을수록 늘어난 자산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밋밋한 통계에서 두드러진 건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추세였다. 소득 구간별 자산 구조 변화를 보면 4분위(상위 20~40%)·5분위(상위 20%)는 전년 대비 4.8%, 3.5%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1분위(하위 20%)는 2.8% 감소했다. 5분위 가구 평균 자산은 9억4663만원으로 1분위 가구 평균 자산(1억 3146만원)의 7.2배였다. 자산의 75.5%를 차지하는 게 부동산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까지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자산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자산 규모가 작은 계층의 집값 상승보다 자산 규모가 큰 계층의 집값 상승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전체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3%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소득 구간별 부채 규모를 보면 4분위는 전년 대비 8% 불었다. 5분위도 3.3% 늘었다. 반면 1분위(-0.2%)·2분위(-2.9%)는 각각 줄었다. 5분위 부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8%였다. 소득이 늘거나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 비중은 52.3%로 나타났다. 박원갑 위원은 “저소득층이 빚을 갚았다기보다, 고소득층이 빚을 더 내서 투자에 나섰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소득 높을수록 빚 더 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득 높을수록 빚 더 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빈부격차 정도는 다소 나아졌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45로 전년 대비 0.009포인트 감소했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전년 대비 0.42배 포인트 내렸다. 소득 5분위 평균 소득을 하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 정도가 나쁘다는 의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의 포용 성장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분배 개선 효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복지 확대에 따른 비소비지출(세금·보험료·연금 등)이 1098만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이 354만원이었다. 세금은 전년 대비 3.3% 올랐다. 지난해 2017년 대비 11.7% 올라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한 뒤 연거푸 상승했다. ‘세금 주도 성장’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소득층이 시장에서 버는 돈은 줄고, 부족한 소득을 정부가 메우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1분위 가구는 기초연금·실업급여·아동수당·근로장려금 같은 공적 이전소득이 전년 대비 11.4% 늘었지만, 근로소득은 8% 감소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 소득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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