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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빼곤 다 해봤다···지장·덕장·용장 위의 '복장' 정세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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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는 "국민에게 힘이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는 "국민에게 힘이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새 총리 후보자 지명된 ‘복장’ 정세균

‘복장’(福將).
17일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세균(69)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에 붙는 별명이다. 6선 국회의원, 산업자원부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대통령만 빼고 안 해본 게 거의 없이 다 해봤으니 웬만한 지장, 용장, 덕장보다 낫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여기에 국무총리 지명 이력까지 더하게 됐다.

하지만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 2인자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의전 서열 2위(국회의장 출신)에서 서열 5위(국무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서열 역행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정희 정부 때 백두진 전 의장, 정일권 전 의장이 각각 국무총리를 지냈다가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적은 있다. 1953~54년, 1970~71년 두차례 총리를 역임한 백두진 전 의장은 1979년 제10대 국회의장에, 1964~70년 총리를 지낸 정일권 전 의장은 1973년 제9대 국회의장에 피선됐다. 하지만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총리로 내려간 사례는 이번 정세균 후보자가 처음이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장 출신이기 때문에 적절한지 고심했는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는 "국민에게 힘이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는 "국민에게 힘이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는 듯했는데.
원래 종로 3선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후 총리설이 나와서 사실 적절치 않은 게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과 대화를 통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는 것이 그 동안 제 태도였고 결정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총리 지명을 제가 수락했다.
정국이 많이 꼬여있는데 야당과 소통은.
이런저런 방법 따지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펼쳐야겠고 앞서 대통령도 지명 이유를 말하면서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주문했다.  
경제 혁신성장을 위한 방안은.
그건 청문회 과정을 통해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체적으로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말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청와대사진기지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청와대사진기지단

보수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참히 짓밟고 국민의 대표기관 의회를 시녀화하겠다고 나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오는 게 수치”라며 “문 대통령은 즉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의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세균 후보자를 차기 총리로 지명한 배경에는 ‘경제’와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전 의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에 입사해 17년간 근무하며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풍부한 기업 경험을 가진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며 행정부 경험까지 쌓았다. 실물경제에서 익힌 균형감각으로 이후 여권의 대표적인 ‘정책통’‘경제통’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여권은 정 후보자에게서 ‘경제 총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장관 시절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출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정 전 의장은 장관 시절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벌였다. 정 전 의장이 총리로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일자리'와 '균형'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포토]

산업자원부장관 시절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출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정 전 의장은 장관 시절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벌였다. 정 전 의장이 총리로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일자리'와 '균형'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포토]

정 후보자는 2006년 산자부 장관 시절 환율하락ㆍ고유가 2중고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벌였다. 이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특히 ‘세계 산업 4강ㆍ무역 8강 실현’을 내걸어 로봇산업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힘썼다.

장관 임기 내내 각 지역 상공인들과의 만남을 자처해 맞춤형 지원대책을 설계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도 장관 시절의 주요 업적으로 평가된다. 경남 창원ㆍ마산 지역의 기계산업 활성화 대책과 부산 지역의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국비 지원 확대 대책이 대표적이다. 2006년엔 실물경제 위축과 기업 경영 악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통화당국에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보복 국면선 '닥터헬기' 역할 

의원 시절에도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의정 활동을 벌였다. 2016년엔 청년 취업난 해결을 위해 이른바 ‘일자리 창출 패키지법안’ 입법화에 나섰다. 기업에 10년간 ‘청년세’를 걷어 연간 2조원 가량의 재원을 확보한 뒤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의 청년세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세균(가운데) 전 의장. (왼쪽부터) 노형욱 청와대 국무조정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세균 전 의장,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 [중앙포토]

지난 8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세균(가운데) 전 의장. (왼쪽부터) 노형욱 청와대 국무조정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세균 전 의장,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 [중앙포토]

올해 한ㆍ일 경제갈등 국면에서는 민주당 소재ㆍ부품ㆍ장비ㆍ인력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후속 조치를 진두지휘했다. 정 후보자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현장 점검 속도를 높여 ‘닥터헬기’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 당정청 협의를 통해 1조6578억원 규모의 소재ㆍ부품ㆍ장비 관련 연구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여권 ‘통합과 화합의 아이콘’ 기대  

문 대통령은 총리 지명 발표 때 정 후보자에게 ‘통합과 화합’의 역할도 기대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6선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직을 역임하는 동안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온화한 성품과 너그러운 리더십을 보여 대야(對野) 관계도 매끄러운 편이다.

측근 인사들과 동료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가장 큰 강점으로 ‘꾸준함’을 꼽는다. 실제 정 전 의장 스스로도 자신의 강점에 대해 꾸준함을 꼽으며 “때가 되면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 한 측근 인사는 “국회의장 시절에도 늘 단어장과 회화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꾸준하게 영어 공부를 해 왔다”며 “사석에서 뿐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도 외국 손님을 만나면 통역 없이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명절 때는 종로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지역 인사 1000명에게 전화인사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을 만큼 지역구 관리가 부지런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정치 1번지 종로를 떠나 총리행을 택하면서 차기 대선 레이스에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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