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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땅 속 장애물을 어떻게 피해갈까…해답 찾은 국내 연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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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에 파헤쳐져 뿌리가 드러난 설악산의 고목들. [중앙포토]

등산길에 파헤쳐져 뿌리가 드러난 설악산의 고목들. [중앙포토]

 식물의 뿌리는 바위와 같은 땅 속 장애물을 어떻게 피해가며 자랄까. 순수 국내연구진이 뿌리가 자신의 성장 방향을 조절해 장애물을 회피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이효준 박사팀은 식물 성장 호르몬 ‘옥신’이 뿌리 내에서 빠르게 재분배되어 장애물을 만났을 때 뿌리가 한쪽 방향으로 휘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식물의 뿌리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회피하는 지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뿌리가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이를 피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이 과정이 매우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이 장애물과 만났을 때 ‘터치 자극’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터치 자극이 뿌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에 대해 알려져 있지 않았다. 터치자극이란 식물이 다른 물체와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식물 내 신호를 말하며, 인간의 촉각과 유사하다.

뿌리가 장애물을 피해 자라는 원리. [자료=한국생명공학연구원]

뿌리가 장애물을 피해 자라는 원리. [자료=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성장 호르몬 옥신의 재분배가 옥신을 이동시켜주는 단백질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과정이 뿌리가 장애물과 만난 뒤 1시간 이내 시작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식물이 터치 자극을 받았을 때 칼슘 신호가 활성화되는데, 이 칼슘 신호가 단백질에 의한 옥신 재분배를 유도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물리적 자극과 식물 호르몬 분배의 접점을 규명한 것으로는 최초의 성과다.

연구책임자인 이효준 박사는 “현재 규명하지 못한 식물의 물리자극 인지 분야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발견”이라며, “식물의 물리자극은 덩굴성 식물의 행동, 뿌리의 장애물 회피, 해충피해 저감 등과 관계가 깊어, 이에 대한 원리를 밝힌다면 다양한 농업적 형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식물의 환경 적응 원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식물학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뉴 파이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에 발표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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