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의 덤불 속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길을 내지 못하고 있다.
파행 국회 해법, 원로에게 듣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한나라당 출신) #지금 국회는 대화·타협 능력 실종 #야당 무시하는 여당이 우선 책임 #임채정 전 국회의장(열린우리당 출신) #싸우더라도 국회서 문제 풀어야 #야당이 여당 노릇 하겠다는 건가
대화와 협치의 중재자여야 할 문희상 국회의장도 엉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의장들이 결정적 순간에 ‘친정’ 편을 들어 비판받았다면 문 의장은 그런 순간들이 이어져 야당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과거 국회의장 출신 원로들에게 지혜를 구했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출신의 박관용(81) 전 국회의장은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당일(2002년 7월 8일) 당선 인사에서 “중립을 위해 의장 임기를 마치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국회의장 임기 후 불출마’ 관행의 시작이다.
박 전 의장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의 국회는 민주주의가 고장 난 상태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그 어느 정당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 때문에 국민이 고생”이라고 했다.
특히 문 의장의 조정 역할 미비를 꼽았다. 박 전 의장은 “패스트트랙 불법 사·보임 논란이나 이번 예산안 통과 등을 보면서 중재자 역할에 대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단순히 다수(여당) 편을 들어주는 사람도 아니고, 방망이(의사봉)만 두드리는 사람도 아니다”고도 했다.
- 20대 국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 “정당 정치라는 건 정책과 이념이 다른 정당들이 잘 어울리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 국회엔 이런 타협 능력이 없다. 여당의 경우 양보를 더 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일차적인 책임이 바로 여당의 야당 무시다.”
- 한국당은 어떤가.
- “싸우려고만 들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인다. 야당도 여당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이익 탐하다 대의 놓치면 국민의 정치 불신·혐오만 남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출신의 임채정(78) 전 국회의장은 이날 “정당이 작은 이익을 탐하다 대의를 놓치면 남는 건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뿐”이라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않겠다는 건 의회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쟁이 없을 수는 없지만 어디까지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회주의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의장은 17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냈다.
-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을 양대 악법이라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대화를 안 하겠다는 건 의회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다. 내 주장대로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여당 노릇 하겠다는 것 아닌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 ‘왝 더 독(Wag the Dog)’이다.”
- 국회 파행에 민주당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 “지금 민주당이 군소 야당의 다양한 요구에 둘러싸여 운신의 폭이 좁은 것 같은데, 어찌 됐든 밤을 새워서라도 타협안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양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세가 더) 큰 쪽에서 해야 한다. 소수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김형구·김준영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